청년 주체된 '청년사역'이 한국교회의 미래

청년 주체된 '청년사역'이 한국교회의 미래

수직적' 접근보다 '수평적' 접근으로 공감해야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5월 19일(일) 17:39
19일 총회 청년주일을 맞이해 청년을 향한 한국교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청년주일 예배 후 한 청년은 "오랜만에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 느낌을 받았다"며 "교회에서의 매 주일이 '청년주일'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 사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청년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교회가 건강한 청년 사역을 위해선 '청년을 위한'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는 '청년에 의한'으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이 없다'는 주장이 다소 의아했지만, 청년들은 스스로 내용을 고민하고 자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사역에 청년이 없다고? 이게 말이나 돼!

언제부턴가 청년들은 사역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됐다고 자체 평가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한탄했다. 심지어 교회 안 봉사조차도 기성세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허수아비'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청년사역네트워크 주최 세미나에서 '청년들에게 버림받은 한국교회'에 대해 발제한 김제우 청년(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은 "한국교회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것은 'What'(무엇)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상황은 선명하고 모두가 공감하고 있어 중요한 것은 'How'(어떻게)이다"며 "이제는 한국교회가 구시대적인 교회의 권력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선명하게 담기 위해서는 새롭고 순수한 형태의 그릇이 필요하고, 청년들의 성숙과 성장 그 이전에 공동체와 신앙의 주도권을 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도 제시했다. 청년들이 질문을 스스로 하며 답을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제우 청년은 "지도자들은 두 번 말할 것을 한 번으로 줄여야 하고, 권위를 앞세워 청년들을 정죄해서는 안 된다"며 "교단과 구성원의 급진적인 변화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인다면 미래세대가 주축으로 설 시대에는 교회의 구조와 모습이 그리고 가르침과 행동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아하실 것을 확신한다"고 다소 직설적으로 교회의 변화를 촉구했다.



#우리 말고, 청년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수도 없이 말했잖아!

청년사역네트워크 김동영 목사는 지난 1년간의 청년 사역을 분석한 결과 청년들이 고민하는 실제적 문제는 '신앙'보다 '진로, 적성'이라고 했다. 청년 사역에 청년이 빠져 있는 데다 교회는 현재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등한시하고, 무조건 신앙만 강조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왜 청년들의 동반자가 되지 못하는지, 어떻게 하면 동반자가 될 수 있는지 성찰하지 못하고 그 일을 고민하는 일에도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영 목사는 "결국 청년의 눈높이에서 소통하지 못한 교회는 청년들에게 기도와 봉사(신앙페이)만 강요하고, 권한 없는 성도로 양육하는 일에만 집중한다"며 "교회는 청년세대에 귀 기울이고 진로, 적성, 결혼, 주택문제 등의 사회적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전했다.

청년 사역자들의 입에선 눈높이가 다른 사역은 교회의 권위주의적 사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청년들은 현재 한국교회 청년 사역을 기성세대의 권위만 앞세운 청산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다소 심각한 경고성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산본교회)는 페이스북 사역을 통해 "청년과 다음세대 사역은 지식전달보다 경험의 공유, 브랜드 파워보다 의미와 가치를 담아내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경험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가치를 담아내는 새 부대를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새 포도주를 귀하게 담아내는 창조적인 사역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청년 사역에 대해 한국교회가 청년과 다음세대를 '다른 세대, 새로운 세대'로 인식하고, 사역의 메시지를 '부, 번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나님 나라'에 초점을 맞추며 '수직적' 접근보다 '수평적' 접근을 통해 공유와 공감을 통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기독청년 '존재 자체'로 환대해야 할 만큼 귀함을 잊지 말자!

첫 시작이지만, 기독청년들이 의미와 가치를 찾는 일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는 회원 교단과 함께 '청년의제 프로젝트 시즌(Project season2)'을 진행하고 교회 안의 청년들이 '존재 자체'만으로 환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의 실정을 너무나 잘 파악해 대변한 것으로 무너져 가는 청년세대를 그만큼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달라는 뜻이었다.

이와 관련 당시 EYCK는 청년 의제를 발표하며 "교회를 떠난 기독청년들은 소속감을 상실한 채 떠돌아 다니지만 한국교회는 이러한 청년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이제는 교회가 청년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서지 못하면, 심정적 난민으로 교회를 출석하는 청년들까지 교회를 떠날지 모른다는 심각성을 하루빨리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년의제'를 통해 교회는 청년이 미래의 지도력이 아니라, '현재'의 지도력임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교회 및 교단의 운영에 청년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다수의 '청년위원'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예산집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예배와 프로그램', '교육 및 모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EYCK가 강조한 존재 자체와 환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장병기 목사는 "기독청년을 환대하는 것은 이제 교회의 기본 자세가 되어야 한다"며 "복음의 진정성을 상실한 한국교회가 다시 그 복음을 회복해 조건 없는 사랑을 젊은이들의 의식과 감각에 맞춰 펼쳐야 미래가 확보될 것"이라고 전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환대 받는 청년. 주체가 된 청년들이 그리는 교회의 미래를 위해 이제 교회와 노회, 총회, 그리고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답을 해야 할 때이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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