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의 슬픔

황새의 슬픔

[ 목양칼럼 ]

박태영 목사
2019년 05월 24일(금) 00:00
우리 교회 뒤에는 나즈막한 동산이 있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유명 관광지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봄에는 벚꽃 진달래 산수유가 피고, 가을이면 곱게 차려 입은 단풍이 미소 짓고, 겨울이면 푸른 소나무 위에 내려앉은 하얀 눈,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호사를 누린다.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마을에 선물 하나를 더해 주신다. 황새가 찾아와 서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황새는 동네의 자랑거리가 되었고 주말이면 자녀들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황새에게는 슬픈 사연이 있다. 황새가 사람들은 물론 자동차 지붕 등 사방에 배변 흔적을 남기고, 이로 인해 발생한 냄새가 고약해 민폐를 끼쳐 이웃마을에서 추방되어 우리 마을로 온 것이다. 황새의 개체수가 적었을 때에는 보기 좋았고 우리는 황새를 추방한 이웃마을을 비웃었다. 하지만 황새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정말 냄새가 지독했다. 주민들이 동산의 소나무를 베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황새를 추방하기 위해 우리에게 많은 행복을 주었던 동산을 망가뜨리는 일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는 동산도 지키고 황새의 약점도 감싸면서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좀 참아보자"라고 말했다가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했다. 주민들은 교회 앞에 모여 항의하며 "지역에서 나가라"며 험악한 말을 했다. 얼마 후 나무들을 베기 시작하면서 동산은 흉한 모습으로 변했고 황새는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떠나갔다. 그 후로 황새는 돌아오지 않았고 망가진 동산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아쉬워하고 후회하며 황새 때문에 동산이 망가졌다고 탓했다.

황새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나도 변명을 한다. "저렇게 아름다운 새에게 이런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니…" 책임을 황새에게 돌려본다. "우리는 너의 약점을 품어 줄 만큼 너그럽지 못하단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황새의 슬픔'이 있다. 고맙고 감사한 것은 우리에게는 십자가의 은혜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모든 약점을 품어주시는 예수 십자가의 은혜.

박태영 목사/샘솟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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