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교회로도 충분합니다

그냥 교회로도 충분합니다

[ 목양칼럼 ]

고승표 목사
2019년 04월 26일(금) 09:34
교회를 시작하며 성도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목사님의 교회 비전은 무엇인가요?"였다. "우리 교회는 어떤 사역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요? 선교인가요? 구제인가요? 선교적 교회인가요? 목사님의 목회계획이 뭔가요?" 이런 질문이 자주 이어졌고, 교회의 청사진과 설계도를 보여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A교회 하면 선교, S교회 하면 제자훈련, D교회 하면 주일학교가 떠오르는 것처럼, 우리교회 하면 '무엇'이라는 명확한 특징, 또렷한 목표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면서 교회사역의 목표와 지향점을 정확히 명시해 달라는 요구 앞에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교회에 특화되고 소문난 사역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좋은 프로그램과 중점 사역으로 인해 많은 성도들이 주께 돌아오고, 교회가 성장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교회가 내세울만한 사역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이름 난 사역은 한 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사명이며 부르심일 수 있지만, 모든 교회가 같은 역할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작은 교회는 한계와 제약이 많다. 그런 사역을 꾸릴 만큼 인적, 재정적 자원이 충분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형교회를 무턱대고 흉내 낸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그럼 아무 꿈도 없냐고. 나는 이렇게 시원찮은 대답을 한다. "저는 그냥 건강한 교회를 꿈꿉니다. '건강한'이라는 수식어조차 필요 없는 그냥 교회면 안 될까요?"

무슨 사역을 하고, 어떤 목표를 성취하고, 이름난 프로그램을 떨치는 것도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내세울만한 일을 하기 전에 먼저 내세울만한 교회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아닐까.

그렇게 교회를 세워가다 보면, 우리 교인들만의 조합과 구성, 교회가 처한 환경과 특징이 연결되고 버무려져 특별한 사역을 꾸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특별한 사역을 주시면 주시는 대로, 아니면 그냥 건강한 동네교회로 주어진 자리에서 충성을 다하면 될 것이다. 부르신 모양이 다르고 쓰시는 방식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서로의 사역을 격려하며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가는 것, 그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고승표 목사 / 하나충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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