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준석 선장에 편지 받은 목사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 편지 받은 목사

3차례 편지 주고 받은 장헌권 목사, 부활절 맞아 세월호 진상규명 이뤄지길 기도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4월 22일(월) 05:15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이했다. 5년여 시간이 흘렀지만, 최근 세월호 내 CCTV 조작 정황 등이 알려지면서 '진상규명'과 '특별수사단' 설치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세월호만 생각하면 국민들의 눈과 귀는 공공의 적이 된 세월호 선원들을 향한다. 원망은 크지만, 진상규명을 위해선 침묵하고 있는 선원들의 입에서 양심선언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만큼은 버릴 수 없는 작은 희망이 됐다.

그 희망의 끄나풀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될 세월호 이준석 선장(74세)이 최근 한 목회자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이준석 선장은 팽목기억의 공간 조성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장헌권 목사(서정교회·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장)와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으며 법정에서 하지 못한 신앙고백과 솔직한 심경을 세세히 전했다. 세월호 침몰 이유 등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었지만, 그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한 채 침묵으로 일관해온 이 선장의 심경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목사님, 많은 시간이 지나갔지만 지금도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짓고 항상 죄책감 속에 사로잡혀 있는 저는 저 자신을 자책하면서 하루도 지난날들을 잊어 본적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으시고, 슬픔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시는 모든 유가족님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리며 용서를 빌고 기도합니다."

세월호 5주기를 맞이해 이 선장의 편지를 공개한 장 목사는 2018년 1월 순천교도소로 이감된 이준석 선장을 처음 만났다.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 15명에게 몇 차례 편지를 보냈지만, 수취인 거절로 반송이 되자 직접 이준석 선장을 찾은 것이다. 장 목사는 면회실에서 이준석 선장과 건강과 수감생활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고 2018년 1월, 3월, 그리고 11월, 3차례 편지를 주고 받았다.

장 목사는 세월호 사고에 대해 여전히 "이 선장이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는 자기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면서도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고인들에게 큰 죄를 지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하다고 수차례 고백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준석 선장은 지난해 11월 12일 마지막 편지를 통해 "때로는 악몽에 시달릴 때도 있으며 마음이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울 때마다 주님께 기도한다. 하루하루 기도하지 않으면 더 많은 우울과 괴로움이 찾아올 것 같아 모든것이 괴롭고 힘이 들더라도 반성하고 기도드리고 있다"며 "지난날을 수없이 되돌아 보아도 저 자신이 미워지고 저자신에게 화만날 뿐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플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 선장의 편지를 언론에 공개한 장 목사는 "편지를 주고받을 때 교도관의 검열이 있기 때문에 내용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편지를 받고, 자기의 잘못을 표현하는 것에서 처음으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는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장헌권 목사는 세월호 5주기를 맞이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펜을 들었다. 그리고 이준석 선장이 수감 중인 순천교도소로 또 한 통의 편지를 보내며 부활절을 맞아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기도했다.

"선장님,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의 아픔과 고통을 생각하면서 세월호에 대한 아픔도 느껴집니다. 선장님, 마음으로의 회개와 새로운 실마리가 있는 앞으로 4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선장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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