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의 기도

두 가지의 기도

[ 목양칼럼 ]

윤광재 목사
2019년 04월 24일(수) 17:52
"똑 똑 똑 똑또르르 똑…" 오래 전 주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들려온 목탁소리다.

우리 교회가 처음 건축된 예배당은 지하 1층에 지상 1층인 아주 작은 건물이었다. 개척교회로 남의 건물에 세 들어 지내는 것보다야 낫다 싶어 가장 저렴한 땅을 사 건축을 하느라 그렇게 되었다. 비록 작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 교회에서 마음껏 찬양하며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우리에겐 내 교회, 내 건물이라는 자부심과 기쁨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교회를 건축할 때부터 시비가 잦았던 한 씨와의 갈등이었다.

주변 다른 집들은 교회 건축에 대해 다 이해해 주고 동의를 했는데 유독 한씨 만은 안된다고 완강히 반대를 한 것이다. 여러 번 찾아가 선물도 주며 이해를 구했으나 쉽지가 않았다. 오랜 설득 끝에 그도 동의를 해 주어 결국 공사를 마치고 완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씨가 돌변하여 교회를 괴롭히기 시작을 한 것이다. 찬송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교회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 기도소리에 머리가 아프다. 별별 소리를 다하면서 교회에 오는 교인들을 향해 이 교회에 오지 말라고 욕을 해대는 것이었다. 주일이면 주변이 떠나가도록 확성기로 소위 '뽕짝 가요'를 틀어대는가 하면 목탁 소리에 염불 외는 소리까지 틀어대는 것이었다. 주일이면 찬송 소리와 함께 목탁 소리가 들리는 볼썽 사나운 소리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이를 어찌 해야 하나. 싸울 수도 없고 맞서 고소할 수도 없고, 우리는 기도하기로 했다. 기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막말하는 한 씨의 입을 막아달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이 집을 우리 교회가 매입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기도를 얼마나 했을까? 몇 주 지난 뒤부터는 그렇게 틀어대던 확성기의 뽕짝 소리도 목탁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 씨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영문인가 알아보니 막말하던 그 한 씨의 입이 중풍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문제인지 이혼을 했다는 것이다.

'입이 돌아갔다니? 이럴 수가 있나?' 그가 걱정이 되어 찾아갔다. 침대에 누워 있던 그가 나를 보더니 눈물을 흘린다. "그간 소란을 피운 것 죄송합니다." 어눌한 말로 인사를 한다. 시끄럽던 소리도 이제는 조용해지겠구나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그를 위해 기도하고 나오는데 한 씨가 이 말을 한다. "목사님 우리 집 팔아야하겠어요. 교회가 사면 안 될까요?"

마태복음의 말씀이 생각났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 7:7)

윤광재 목사/노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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