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예배'를 드리시나요?

'부부 예배'를 드리시나요?

[ 목양칼럼 ] 고승표 목사

고승표 목사
2019년 04월 12일(금) 08:33
목사로 살아가다보면 예배를 대하는 마음이 이중적일 때가 있다. 예배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가슴 뛰는 현장이면서 동시에 설교라는 막중한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자리다. 설교 준비가 잘 되어 맘에 드는 메시지가 준비되면 예배가 기대되고 기다려지다가도, 설교가 안 풀리고 막힐 때는 주일예배가 부담과 공포로 여겨진다.

그런 내게 언제나 기쁘고, 가볍고, 즐거운 예배가 있다. 바로 아내와 단 둘이 드리는 '부부 예배'이다. 이 예배에서만큼은 나는 설교자도 인도자도 아닌 순전한 예배자로 하나님 앞에 선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사랑하는 분을 만나는 최고의 예배다. 설교 준비를 안 해도 된다. 성경과 찬송가만 있으면 된다. 그저 서로를 향한 애정과 주님을 향한 사랑이면 족하다. 이 작고 조촐한 예배는 늘 우리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고 하나님께 마음을 튜닝시켜준다.

특별한 비법은 없다. 함께 충분히 찬양을 부르고, 말씀을 한두 장 정해서 낭독한다. 한 사람이 읽으면, 다른 이는 눈을 감고 말씀을 받는다. 그렇게 번갈아 여러 번 말씀을 읽는다. 충분히 말씀을 읽고 난 후에는 마음에 와닿은 구절을 묵상하고 함께 나눈다. 나는 이 나눔의 시간을 좋아한다. 사역과 가정사에 치이느라 충분히 귀기울이지 못했던 배우자의 고민을 듣고, 마음을 경청하며,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칠세라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아내의 눈빛과 추임새는 최고의 치유제요 회복제다. 하나님이 아내를 통해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채우신다.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다.

나눔 후에는 서로를 축복하며 기도한다. 목회자라는 이유로 늘 성도들을 위해 축복하고 기도하지만, 누군가가 해주는 축복기도를 받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 시간은 기도 받고 축복받는 호사를 누리는 시간이다. 축복을 빙자한 잔소리나 교훈이 아니라서 좋다. 하나님이 아내의 입술을 통해 나를 세우시고 격려하고 위로하신다.

서로를 향한 축복기도를 시작으로 양가 부모님과 아이들, 교회와 지역사회, 고통 중에 있는 이웃과 나라와 열방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기도는 종횡무진 온 세상을 누빈다. 서로의 기도를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기도제목이 떠오른다. 기도 시간은 우리가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조율되는 시간이다. 우리는 기도로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고 그분의 역사에 참여한다. 제3세계의 아동들이 하루 1달러짜리 노동으로 착취되는 현실 때문에 하나님은 우리를 울리신다. 성노리개로 팔려 다니는 탈북 여성들을 위해 통곡하게 하신다. 위기의 한국교회를 품게 하신다. 그렇게 하나님은 내 가정, 내 교회에 묶인 우리의 눈을 온 세상으로 넓히시며, 그분이 온 세상의 하나님이심을 알리신다.

우리의 결론은 이렇다. 하나님은 부부 예배에 역사하고 싶어 안달 난 분 같다는 것! 몇몇 교인들에게 권면했더니, 아쉽게도 대부분 시큰둥하다. 이 글을 읽는 목사님들은 과연 어떠실지 궁금하다.

고승표 목사 / 하나충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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