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함께했던 일상이 곧 역사다

주님과 함께했던 일상이 곧 역사다

[ 목양칼럼 ] 권대현목사(1)

권대현 목사
2018년 12월 07일(금) 08:53
권대현목사(광주제일교회)
매년 연말이 되면 연로하신 어르신이나 오래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심방하곤 한다. 어르신들을 심방할 때면 느긋한 마음과 넉넉한 시간은 필수품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출발점이 적어도 50년 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의 족적과 주님께서 동행하신 많은 이야기들을 담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이 맘 때도 어김없이 한 어르신을 심방했다. 우리교회에서 가장 고령인 102세 권사님이었다. 꽃을 좋아하는 권사님의 집에는 생화와 조화 등이 온 집과 베란다를 가득 매우고 있었고, 작은 소품들이 마치 집의 주인인양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한 사람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권사님은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다. 권사님은 그 동안 집에서 기르지 않는 동물이 없었다고 한다. 그 중에 암염소 한 마리 키운 적이 있었는데, 출근할 때 암염소를 끌고가 본인이 근무하던 광주기독병원 앞 풀밭에 묶어 놓았다가, 퇴근하실 때 다시 집으로 데려가는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주인 없는 염소인 줄 알고 끌고 갔는지 어느 날 암염소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주변 파출소를 통해 암염소를 찾았는데, 경찰이 "이것이 당신 염소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 때 권사님이 "염소야"라고 부르자 염소가 "메에에"라고 대답했고, 경찰이 당신 것이 맞다며 가져가라고 했단다. 일상의 즐거운 추억 이야기였다.

그런데 권사님의 이야기는 이런 평범한 일상을 넘어 수 십 년 전 광주에 온 선교사들의 사연으로 이어졌다. 그 동안 역사 자료들을 통해서만 접해 온 서서평 선교사의 이야기였다. 권사님은 자신이 광주기독병원과 전주예수병원의 간호사로 활동하면서 같은 일을 했던 서서평 선교사님과 가까이 지내셨단다. 서서평 선교사님은 권사님을 '야모'라고 불렀는데 '야무지다'는 말의 애칭이었다. 서서평의 이야기를 책이 아닌 살아계신 어르신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역사가 삶이 되는 순간이었다.

삶에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과 함께 역사가 묶여있다. 삶이 역사가 되기도 하고, 역사가 삶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 머릿속에 남겨지는 소소한 일상을 작은 조각까지 기억하신다. 하나님이 "작은 자 중 하나라도 잃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작은 조각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말씀대로 살아갈 것이며, 어떻게 선교적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권대현 목사 /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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