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면서

한해를 보내면서

[ 4인4색 ]

정인철 장로
2018년 11월 21일(수) 09:55
규모가 크든 작든 공동체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구성원으로서 공유해야 하는 내부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격은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 문제가 공동체의 성쇠를 좌우할 만큼 큰 일이라면, 더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줬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런 경험이 있다. 그런 문제는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고 때로는 공동체의 침체, 절망, 분열을 야기한다.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싸우기도 하고, 기도하기도 하고, 견디지 못해 떠나기도 한다. 그러다 마침내 문제가 해결되면,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많은 것이 바뀌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문제들과 직면하고 새로운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기대하던 변화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완벽하게 봉합된 것 같았지만, 크고 작은 상처들로 다시 찢어지고 아물고 한다. 어떤 상처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기도 하는데, 공동체를 괴롭히던 문제가 해결된 후 비로소 각각의 내면의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올해, 우리 교회의 표어는 '예수 담기'였다. 말 그대로 우리 안을 채운 것이 예수 그리스도인지 살피고, 아니라면 다시 예수의 마음으로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 예수 담기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삶으로서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지극히 기본적인 과제다. 그리고 이것은 공동체와 그 속에 속한 자신을 돌아보고, 문제와 상처들을 이전과는 달리 대하게 만든다.

우리는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하루하루 늘 똑같이 살아간다.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일에 선뜻 뛰어들지 않으며, 손해 보는 자리에 앉지 않으려고 한다. 나로서는 이러한 자신의 태도를 인정하는 것으로 '예수담기'를 시작했다. 거창한 변화를 먼저 바라기보다는 이웃과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다툴 일에도 양보를 먼저 생각하며, 다른 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멈추기 위해 노력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는지 살피기를 다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완전하지 못하므로, 변화의 결과를 급하게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 또한 의미 없는 일은 아니나 다만 하나님의 변함없는 사랑과 은총을 기억하는 것이 올 한 해를 보내는 나에게 가장 큰 결실일 것이다.

정인철 장로 / 순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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