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짧은 글로 정리해보자

우리의 삶을 짧은 글로 정리해보자

[ 목양칼럼 ]

마성호 목사
2018년 11월 23일(금) 10:10
가을은 묵상하기에도, 기도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하나님의 솜씨, 섭리, 손길이 천지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계절이다. 또한 가을은 하나님의 은혜가 대지에 충만하게 열매맺히는 계절이며, 하늘과 땅이 맞닿아 춤추고 노래하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모든 나무와 풀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꽃과 낙엽과 열매의 악기로,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아름다움을 시각의 화음으로 연주한다. 가을은 경쟁을 멈추고 화합하는 계절이며, 자기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곧 불어올 삭풍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허영과 탐심의 옷을 벗고, 풍요 가운데 가난한 마음의 수도를 시작해야 하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필자는 예전에 쓴 '가을 묵상'이란 시를 교인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주여! 가을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냉한 바람과 높은 하늘, 그 위에 써놓은/ 주님의 언약의 흰 글씨를 읽으며,/ 애달픈 이별과 가슴시린 소망을 품은 채/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낙엽의 소리를 들으며,/ 고즈넉이 마음을 닦아 봅니다

황혼 녘에 떼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행렬은/ 영혼 깊은 곳에 스며 있는 본향에 대한 향수를 일깨워 줍니다/ 마지막 가을을 이토록 붉게 수놓은 저 잎새들의 열정은/ 내 인생의 마지막이 이와같기를/ 염원하는 붉은 기도가 됩니다.

등지고 있는 메이플 나무의 든든함은/ 지금까지 침묵 속에 온전히 지켜주신/ 당신의 은총의 현존입니다/ 곧 찬서리에 송두리째 빼앗길 줄 알면서도/ 숭고하리만치 아름답게 한 점 흐트러짐없이/ 마지막 기도를 올리는 가냘픈 들꽃은/ 어느덧 나의 지고한 스승이 됩니다

주여! 이 가을에 아름다움을 생각해 봅니다/ 추하지 않게, 탁하지 않게, 비굴하지 않게/ 가을하늘처럼 살고 싶습니다/ 큰 일은 못 이루었어도/ 주님 앞에 서는 날,/ 아름다움의 명예를 지켰다는/ 그 한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누구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이 계절에 잠시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를 향한 그분의 시선을 느껴보기를, 우리의 삶을 짧은 글로 정리해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마성호 목사 / 서울베다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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