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아이들

우울한 아이들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8년 10월 22일(월) 15:47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초등학생들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이 잦아지면서 유소년들의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례만도 상당하다. PC방에서 놀다가 어머니에게 들킨 초등학생이 빌딩 옥상에서 몸을 던지거나 학원 화장실에서는 목을 매 숨진 초등학생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전 운동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은평구 초등학생까지. 급기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살을 권유하는 '자살송'과 자해 영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36명의 초등학생이 자살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9배 증가한 수치다.

물론 초등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사춘기가 예전에 비해 빠르게 시작되면서 '충동적인 성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통제불가능한, 사춘기의 반항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유니세프에서 발표한 '부유한 국가 아동의 주관적 웰딩' 조사 결과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가 50.5%에 달했다. 그런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생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시간은 평일 약 49분, 주말 1시간 40분에 불과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경쟁에서 내몰린 아이들이 자존감을 잃고 좌절하며 받은 상처는 결국 자신을 비하하고 자학하는 자살송의 가사로 대변되고 있다. 과도한 학습과 경쟁적인 입시교육으로 끊임없이 비교당하면서 스스로 실패자가 되는 초등학생들. 어쩌면 "대가리 박고 자살하자"는 이 위험한 노래는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낸 비극일지도 모른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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