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를 마치고

지역 축제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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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철 장로
2018년 10월 24일(수) 09:57
순천만국제교향악축제가 지난 8월말 열렸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이 축제는 순천만국가정원의 잔디마당에서 열리며, 다양한 연주자들의 클래식 공연을 접할 수 있다. 조수미, 이무지치, 금난새, KNN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이 무대에 올랐고, 특별히 지역 음악가들이 참여 할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나 토크콘서트도 일정 중에 진행돼 지역사회에서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그 동안 대중음악 공연이 주를 이루었던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클래식 연주를 접한 것은 그 자체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필자는 축제 기간 내내 연주할 피아노를 대여하고 조율, 관리했는데, 악기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는 관객과는 다른 입장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축제에는 비 예보도 있었는데, 실제로 개막 전야부터 내리던 비는 공연장에 피아노를 옮겨 놓고 조율을 마친 후 리허설을 진행할 때까지도 완전히 그치지 않아 모든 관계자들을 애타게 했다.

그런데 개막공연 직전 기적처럼 비가 그쳤다. 잔디마당에 준비된 객석과 그 주변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조수미, 윤영석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개막 공연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순조롭게 마무리 됐다. 조수미 씨는 공연 후 관객들에게 기적처럼 비가 그친 것을 두고,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관객, 연주자, 관계자 등 모두의 마음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소감이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무대 뒤에 대기하던 필자가 느꼈던 감동도 다를 바 없었다. 공연이 모두 끝난 후 정리하는 중에도, 정원 곳곳에선 산책을 하며 연주에 대한 감상을 나누거나, 알록달록한 불빛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삶은 때때로 축제로 비유되곤 한다. 잔치에서 느낄 수 있는 떠들썩하고 특별한 기쁨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 중 하나였던 나는 단순히 그 즐거움만이 비유의 전부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준비와 시작부터 정리와 마지막까지 모든 과정이 삶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날씨처럼,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발생해 막을 수 없는 해프닝이 생길 수도 있다. 익숙한 길을 걷다가도 우연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축제가 끝난 후에도 악기를 정리하고 다음날의 연주를 위해 새롭게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시 모를 폭우나 돌부리와 염려마저 축제의 일부일 것이다.

정인철 장로 / 순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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