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에 거는 기대

교황, 방북에 거는 기대

[ 시론 ] 배현주 교수

배현주 교수
2018년 10월 23일(화) 10:22
'교황, 방북에 거는 기대' 배현주(부산장신대학교)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바티칸을 방문하여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긴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 만남은 올해 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여정에 중요한 이정표의 도래를 예감하게 한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하자,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하겠다"는 취지의 응답을 하였으며,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하는 뜻을 밝히고 두려움 없이 전진하라고 독려하였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존재는 가톨릭 교회의 개혁성을 상징한다. 그는 2013년 취임 이후 세계 각처의 분쟁과 갈등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평화와 화해'라는 복음의 정신에 기초하여 중재자로서 적극적으로 일하여 왔다. 기후정의, 난민 문제, 핵무기 철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종교 간의 대화 등 우리 시대의 각종 도전에 그는 기도하며 응답하는 세계적인 중교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의 진정성 있는 헌신은 지구촌의 많은 이들의 가슴에 신뢰와 희망의 불꽃을 지피는 부싯돌이 되고 있다.

교황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깊은 관심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올해 평창동계올림픽과 정상회담 때마다 남북의 평화를 위해 축원해주었다. 지난 6월 WCC 70주년 축하행사를 위해 제네바 중앙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남한 교회 대표들과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대표들과 별도의 악수례를 하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표현하였다. 교황 방북은 세계의 '폐쇄국가,' '악당국가'로 인식되던 북한이 소위 '정상국가'로서 문호를 개방하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교황 방북이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을 촉진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정착으로 나아가게 하는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황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은 2017년 유엔의 '핵무기철폐조약(TPNW)'을 끌어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무기철폐캠페인(ICAN)' 같이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온 세계시민사회와 세계교회의 헌신과 궤를 같이 한다. 만일 교황 방북이 북한과 남한의 '핵무기철폐조약' 서명과 연결될 수 있다면, 한반도에서의 '정의와 평화의 순례'인 '분단과 핵으로부터의 출애굽'을 실현하는 소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봄을 앞당기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은 지대하다. 무엇보다도 통일과 안보가 고위 정치가들과 정부의 과제만이 아니라는 점을 자각하고, 특히 평화와 화해의 걸림돌이 되는 영성적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직시해야 한다. 분단 상황이 초래한 양극화 멘탈리티와 흑백논리 등 남북갈등의 기본 문법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남남갈등의 제반 영역에서 여실히 재현되고 있다. 38선의 막힌 담을 허무는 것은 정치가들과 정부의 과제이겠으나, 켜켜이 쌓여 있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마음의 막힌 담을 허무는 영성적 정신적 과제는 평화의 왕을 구주로 고백하는 교회의 과제이다. 적대심, 두려움, 증오심을 극복하여 '타자'를 수용하고 '안전한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겸허함과 환대의 영성, 공동체를 세우는 용서와 화해의 문화야말로 복음의 능력이 발현되는 증거이다. 교회는 한국인의 일상적인 평화 역량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 국가 안보를 넘어서는 인간 안보, 징벌적 정의를 넘어서는 회복적 정의 등 민주적 주체성과 심오한 영성적 기초를 필요로 하는 평화운동의 개념들을 공부하고 체질화하는 노력을 경주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교회의 과제는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일이다. 교회가 우리의 상처투성이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공헌이 기도이다. '전쟁 없는 한반도', '핵 없는 한반도', 특히 '어린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한반도'를 위한 기도는 라헬의 통곡과 헬조선의 절망을 대체하는 예언자적 상상력의 터전이다. 기도의 양식은 복음의 기쁨이다. 복음의 기쁨 안에서 가능한 존재의 변화와 심화야말로 우리의 삶의 터전인 한반도와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생명력과 용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진실한 기도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하나님의 정치'의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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