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소확행

[ 문화프리즘 ] 작지만 소소한 행복 추구하는 현상 확산
교회는 시대적 아픔 겪는 청년층 보듬어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10월 17일(수) 16:33
30대 후반의 최소한 집사(가명). 그의 가장 소중한 시간은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시간이다. 어렸을 적 즐겨보던 일본만화 건담을 좋아해 한달에 한 개 정도의 프라모델을 구입해 조립한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주로 5만원 이하의 장난감을 고르게 되지만 그는 "이 시간만큼은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로지 혼자 방안에 앉아 모든 잡념도 잊고 조립에 몰두한다. 공상에 빠지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다시 되돌가는 것 같아 정말 즐겁다"고 말한다. 그에게 프라모델 조립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이다.

최근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이다. 소확행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말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등을 그는 '소확행'이라고 명명했다. 이 단어에는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붕괴가 불러온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가 묻어난다.

일본 소설가가 32년 전에 쓴 '소확행'이란 단어가 지금 대한민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현실에서 젊은이들은 잡히지 않는 큰 꿈과 이상 대신 지금 내 손에 잡을 수 있는, 실현가능한 작은 행복을 꿈꾸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소확행' 추구에 대해 '정치와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없는 이기주의', '꿈과 이상을 쟁취할 진취성이 없는 초식인간으로의 전락' 등으로 해석하는 기성세대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세대차가 너무 난다는 푸념과 함께.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문유석은 그의 책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변한 건 세대라기보다 시대"라고 진단한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여건 하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저성장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 행복 전략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고, 인간이 행복하고자 하는 것은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며,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여건 하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저성장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 행복 전략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교회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노력해도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의 아픔을 겪는 청년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교회학교 교사 자원, 찬양대 및 찬양팀 자원으로만 바라보고 짐을 지울 생각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교회에서 청년들에게 줄 수 있는 행복이 소소하고 작은 행복보다도 더 작은 것은 아닐까 반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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