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영적인 디자인이다

목회는 영적인 디자인이다

[ 목양칼럼 ]

이기정 목사
2018년 10월 19일(금) 10:15
횡간도교회 예배당에는 나무로 된 십자가가 걸려 있다. 십자가는 104개의 크고 작은 나무 조각을 음과 양으로 구성해 마치 모자이크처럼 보인다. 나무 조각 십자가는 두 종류의 나무로 만들었는데, 꽃 말이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인 편백나무와 붉은 색이 아름다운 가죽나무다. 104개의 조각은 횡간도 주민이 104명인 것을 상징하며, 마을 사람 모두가 구원을 얻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몇 해 전 세월호의 아픔을 가슴에 묻었다. 우리교회 강대상은 세월호를 떠올릴 수 있도록 배 모양으로 만들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사로서 어떻게 말씀을 전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돌아보기 위함이다.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세월호의 아이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구조하러 온다는 방송만 믿고 기다리다가 참변을 당했다. '구조하러 오니까 그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안내가 한 시간 동안에 무려 13번이나 나왔다고 한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목회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처럼 침몰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교인들에게 교회 강단에선 어떤 메시지가 선포되고 있는가? 혹시 '복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안전하다'라고만 말하지는 않은가? 이 세상은 침몰하는 세월호와 같다. 목회자는 교인들이 깨어 근신하고 시대를 분별할 수 있도록 경계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교회와 목회자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보냄을 받았다. 이 시대의 소리를 듣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오늘을 디자인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웃의 아픔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우리의 모습에서 그들에 대한 염려, 사랑, 따뜻한 시선이 넘쳐나도록 항상 스스로를 변화시켜 가야 할 것이다.

이기정 목사 / 횡간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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