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님의 사임

전도사님의 사임

[ 목양칼럼 ]

김진 목사
2018년 10월 19일(금) 10:44
작년 말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10년간 심방전도사로 사역하던 분이 사임을 했다. 한 해만 더 사역해 달라고 말씀드렸지만 전도사님은 끝내 담임목사의 부탁을 거절하고 본인이 정한대로 사임하고 말았다. 전도사님이 사임한 이유는 한 가지, 더 후임 목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전도사님은 필자가 3년 전 부임하고 정확히 6개월 후 사임의사를 밝혔었다. 그 때도 이유는 마찬가지였다. 본인이 이 교회에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에 후임 목사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아서 사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교인들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야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한 해만 더 계시길 부탁해 만류할 수 있었다. 함께 사역하면서 전도사님의 새로운 모습도 보게 됐다. 심방을 갈 때마다 각 가정의 상황을 자세히 말씀해 주셨고, 처음엔 나이 차이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던 필자의 아내도 어느새 전도사님과 가까워졌다. 오랜만에 나온 교인이 있으면 꼭 필자와 아내에게 인사시키고, 교인의 상황도 자세히 전해주었다.

그런데 전도사님과 사역하면서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있었다. 그분은 모든 교인을 잘 알았지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뿐아니라 아무리 사소한 심방이라도 반드시 담임목사에게 보고 후 출발했으며, 다녀와서는 자세히 보고했다. 시간이 갈수록 필자의 신뢰는 깊어졌고, '이런 분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이 되자 전도사님은 다시 "다른 사람들 보기 미안해 사역을 못하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고, 필자는 끝까지 만류했지만 전도사님이 던진 한 마디 때문에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목사님, 저도 이제 쉬고 싶어요. 20대에 심방전도사를 시작해서 60세가 넘도록 쉬지 않고 일했어요. 이제 늦잠도 자고,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당회에 보고한 후 사직서를 수리했다. 5개월쯤 지나 전도사님이 이사를 간다며 인사하러 오셨다. 가급적 성도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먼 곳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런 전도사님의 마지막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10년간 한 교회를 섬겼기에 많은 사람들이 인사하겠다며 소란스러웠을만도 하지만 교회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전도사님은 헤어지기 전 부득이 함께 식사해야 할 몇 교인들을 밝히며 필자의 허락을 구했다. 그 때 필자는 전도사님을 또 한 번 새롭게 보게 됐다. 전도사님은 사명을 감당하는 동안 한 번도 사심을 갖고 교인을 만난 적이 없고, 오직 하나님, 교회, 담임목사 중심으로 일해 왔기에 마지막까지 단정한 모습으로 사역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오늘따라 전도사님의 모습이 더더욱 그립다.

김진 목사 / 수인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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