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 목양칼럼 ]

이기정 목사
2018년 10월 12일(금) 09:29
필자가 섬기는 횡간도교회는 '섬김의 집'이란 까페를 운영하는 데 이 카페는 마을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까페 입구에는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막 6:37)는 현판이 걸려 있다. 섬김의 집을 건축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필자는 설교를 통해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하면서 받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마을로 흘려보내기 위해, 교회 설립 초기부터 받은 도움을 이제는 마을에 돌려주기 위해 섬김을 목적으로하는 집을 짓자"고 요청했다. 그래서 섬김의 집 건축 만큼은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전히 횡간도교회 교인들의 힘으로 진행했다. 이 마을 까페는 마을을 섬기기로 한 우리의 신앙고백인 셈이다.

이 까페에서는 빵, 커피, 음료를 제공하는데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교회가 발행한 '횡화(횡간도화폐)'를 쓰게 한다. 한 주에 2일은 자원봉사자가 돌아가며 봉사하고 나머지 날들은 목회자가 섬긴다. 자원봉사자들의 평균 연령은 보통 70세 이상이다. '바리스타'를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들이 커피 내리는 일을 한다. '에스프레소'라는 발음은 도저히 입에서 나오지 않고, 아메리카노도 어떻게 말하는지 몰라 '아프리'라고 발음하지만, "하기 싫다", "나는 못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처음 커피머신을 붙잡고 처음 커피를 내려보는, 자신이 바리스타가 될 것이라곤 꿈조차 꿔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카페를 운영한다. 그래서 1일 바리스타가 되면 작은 긴장, 보람, 설렘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이런 바리스타 어르신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자녀들에게 보내주는데, 한결같이 "고맙다", "가슴이 뭉클하다", "눈물이 난다. 너무 멋지다"며 감동한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막6:37)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오병이어 사건 전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카페를 처음 열때 "무료로 줘도 교회엔 오지 않을 텐데, 뭐하러 줍니까?"하는 교인도 있었다. 필자는 "교회 나오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까 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아마 예수님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을 때 제자들도 "우리가 뭐하러 줍니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씀은 영적으로 허기지고 배고파 쓰러진 이웃에게 먹을 것을 주라는 말씀이 아닐까?

삶에서 입술의 열매와 선을 행함과 가진 것을 나누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는 제사이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항상 부족하지 않고 남는다. 이것이 기적이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본다.

이기정 목사 / 횡간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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