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불편'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자발적 불편'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 현장칼럼 ]

한두리 기아대책 긴급구호
2018년 09월 03일(월) 10:00
2015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은 독일의 메르켈 총리였다. 그녀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난민'이었다. 유럽 내에 유입되는 난민을 수용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던 그녀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자발적 불편'을 감수하도록 합의를 이끌어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큰 이슈가 되었다. 온갖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소문들이 인터넷에 퍼져 나가고, 난민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연예인은 엄청난 비판과 조롱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교회 내에서도 이웃 사랑 실천을 강조하는 입장과 난민 대다수가 무슬림이므로 교회가 나설 수 없다는 입장 등 여러 의견이 나타났다. 어느 입장을 취하든 '난민'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심적인 불편함을 가져다 준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굳이 기억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는 눈 앞에서 고통 받는 이웃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세계 난민은 6850만명이며 그 중 약 4분의 1은 2017년에 발생했다. 매일 4만 4000여 명의 난민이 발생하는 수준이니 엄청난 증가 추세이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기아대책은 떡과 복음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전세계 고통 받는 이웃이 있는 곳이라면 정치, 인종, 종교의 구분을 두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캠프가 있는 요르단, 내전 난민이 발생하는 남수단에 이어 로힝야 난민캠프가 있는 방글라데시에서도 난민들을 위한 긴급구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지켜 본 난민 이슈는 그리스도인이 결코 침묵할 수 없는 문제다.

난민의 사전적 정의는 '전쟁이나 재난 따위를 당하여 곤경에 빠진 백성 또는 가난하여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다. 로힝야 난민 긴급구호를 위해 찾은 방글라데시에서 만난 난민들의 대다수가 가족을 잃었고, 안정적인 주거지가 없으며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에게 1인 GDP가 1000 불이 겨우 넘는 방글라데시는 100만 명이 넘는 난민들에게 기꺼이 문을 열어줬다. 방글라데시 난민캠프 현장에서 접한 우리나라의 예멘 난민 관련 뉴스는 씁쓸함을 남겼다.

어떤 잘못도 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아 집을 잃고 무자비한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 강도 만난 이웃을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성경의 가르침이 성도의 삶과 별개가 돼선 안 된다. 설령 사회가 주저하더라도 교회가 먼저 문을 열어 자발적 불편을 감내해야 진정한 십자가의 사랑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

난민은 주권과 영토를 잃어버린 국민이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가 있는 땅이다.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다고 우리가 고백한다면, 우리는 난민을 외면할 수 없다. 우리가 난민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하나님 나라에 사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난민이 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우려하며 이웃의 고통에 무감한 세태를 질타했다. 하나님나라의 주권 아래 있는 우리는 이 따끔한 일침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을까.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은 우리의 노력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왔던 수많은 나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범세계적 공동체 의식을 포기한다면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 중국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두리/기아대책 긴급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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