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나를 품어주던 어른들이 그립다

철없던 나를 품어주던 어른들이 그립다

[ 4인4색 ] 박종호 장로 '철없던 대학시절'

박종호 장로
2018년 08월 29일(수) 14:04
그저 노래 좀 하는 학생으로서 나는 대학 시절 성가대 솔리스트, 지휘자 등을 파트타임으로 맡으며 여느 음대학생들처럼 교회 주일 예배에 출석하곤 했다. 그저 노래만 잘하는 성가대원으로 교회를 빠지지 않는 정도의 신앙을 가졌던 것 같다.

거듭남 없이 교회 친구들과의 친교를 빙자한(?), 때로는 음주문화에도 거의 거리낌 없던 청년시절을 지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나를 꾸짖지 않으시고 오히려 혈기 많은 학생에게 그저 예쁜 소리를 가졌다고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4년간 교회 장학금까지 주시며 응원해주시던 우리 찬양대 장로님과 귄사님들의 사랑이 그리워진다.

지금의 나라면 그런 젊은 학생들을 품었을까 스스로 질문해보는데 답은 쉬 나오지 않는다.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기다려주신 그 어른들의 너그러움 덕분에 지금의 나 박종호는 교회를 떠나지않았고, 결국 대학 4학년말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갖게 됐다. 하나님은 그 이후 지금까지 31년동안 찬양사역자의 길을 걷게 하셨다.

한번은 울릉도 집회를 가던 중 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바다 중간에서 성난 파도를 만났다. 객실에 놓여진 대형 드럼 쓰레기통을 붙잡고 독점하면서 토하다가 결국은 기절하게 되었다.

마침내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마치 꿈을 꾼 듯 멀미는 완전히 순식간에 사라지고 웅장한 아름다운 울릉도의 산 앞에서 찬양이 절로 나왔다

울릉도 찬양집회 후 아주 어려보이는 담임 목사님 며느리께서 내가 불렀던 노래를 너무너무 좋아하셨다고 포대기에 애를 업은 며느님과 반주자와 세명이서 교회성가대 연습실에서 앵콜 공연 아닌 앵콜무대를 단 한사람의 관중을 위해 가졌던 기억이 있다

청년부 회장이 해삼을 좋아하느냐고 묻더니 바로 바다에 들어가서 작살로 직접 잡아온 해삼을 난생처음 먹어봤다. 이제 배멀미에도 단련이 됐는데 그때 나를 반겨주던 그 어르신들이 그립다.

요즘들어 그 어른들이 새삼 그립다. 또한, 나를 위해 숨어서 기도해주던, 그리고 좋은 말들을 전해주던 벗들, 그들의 사랑이 새삼 그립다

소위 거듭났다는 자만감으로, 때로는 복음이라는 명분으로 나는 예전의 나와 같은, 진리에서 멀어져있는 젊은이들을 향해 소위 거룩한 잣대로만 판단만 하지는 않았나 반성해본다.

감히 부탁드리고 싶다. '기다려주자고….'

비록 지금은 미완이지만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역사 하셔서 하나님의 방법과 시간으로 들어 쓰시도록, 은혜가 그들에게 넘칠 수 있도록 참고 기다리며 기도해주자.

하나 더. 지금은 모자르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하나님의 사역자들로 성숙하여질 것을 기대하자. 그들에게 시간을 주자.

그때 미성숙한 내 친구들, 형들, 선배들은 지금 훌륭한 선교사, 교수, 장로가 되어 있다. 천방지축 같던 그 젊은이들이이렇게 하나님의 일을 훌륭하게 감당하는 사람들이 될 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오늘은 왠지 오래 참으심으로, 아들보다 더 극진히 사랑으로 품어주시던 권사님, 장로님들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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