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인 검인정 역사 교과서

대안적인 검인정 역사 교과서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8년 08월 21일(화) 10:00
대통령령 제28471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시행일 2018. 1. 1)은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서 각급 학교의 교과서에 대하여 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초중고등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대해서 정한 법령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각급학교의 교과서는 국정교과서와 검인정교과서로 구분한다. 국정 교과서는 교육부에서 직접 저작권을 갖고 편찬한 교과서이고, 검정 교과서는 교육부 장관의 검정을 받은 도서이다. 인정 교과서는 국정이나 검정 교과서를 보완하는 도서들이다. 인정 도서는 국정이나 검정 도서가 없을 경우에 한해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각급 학교는 국정과 검인정 도서 중에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다.

1895년에 근대교과서가 처음 발행된 이래 우리나라는 검인정제도를 기본 정책으로 유지해 왔다. 1972년에 10월 유신이 선포된 이후 1973년에 국정제도로 변경했다. 국정과 검인정은 부침을 거듭하다가 2007년에 다시 검인정제도로 바뀌었고, 일부 과목은 국정과 검인정 교과서를 병행하고 있다. 역사 교과목에 대한 국정과 검인정 제도를 둘러싼 의견대립은 오래 동안 사회적으로 갈등을 빗어왔다. 2015년에 역사 교과서를 국정 도서만 사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소위 국정 교과서 사태를 빚었다. 2017년에는 국정과 검정 도서를 혼용하기로 하였다가 현 정부는 역사 교과목을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전환하였다.

현재 사용중인 8종의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의 기독교 서술에 대해서 연구하고 문제를 제기한 모임이 있다. 검인정 제도로 바뀌었지만, 중고등학교 국사와 역사 교과서에 종교에 대한 서술이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최준채 외 5인이 저술한 미래엔의 '고등학교 세계사'에 종교의 서술 비중이 편향되어 있다. 이슬람교의 역사에 대해서 18쪽에 걸쳐서 서술하는 반면에, 불교는 6쪽을,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를 포함한 것은 10쪽을 할애하고 있다. 기독교(개신교)에 대한 역사 서술은 불과 2쪽에 불과하다. 용어도 기독교 대신 크리스트교를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미래앤 교과서는 이슬람교의 교리까지 다섯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하고 있다.

연구모임은 미래엔의 교과서 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교과서에서 유사한 편향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열거한 교과서는 김덕수 외 13인이 저술한 천재 교과서의 '중학교 역사1', 주진오 외 13인의 천재교육의 '중학교 역사1', 이문기 외 19인의 동아출판의 '중학교 역사1', 정재영 외 10인의 지학사의 '중학교 역사1', 김덕수 외 7인의 천재교육의 '고등학교 세계사', 이병인 외 7인의 비상교육의 '고등학교 세계사', 김형종 외 5인의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세계사' 등이다. 대다수의 교과서에서 각 종교에 대한 서술에서 유사한 차이를 볼 수 있다.

한국사회가 근대 이전에는 불교와 유교를 통해서 대륙문화를 받아들였다면, 근현대에는 천주교와 기독교가 서구 문화의 창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천주교와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미친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개항 이후 근대화, 일제 하 독립운동 등에서 기독교의 역할이 적절하게 서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2018년 교육과정 개정안을 마련하고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지난 해와 올해에 걸쳐서 관련 단체들이 역사 교과서에 대해서 분석하고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한국교회의 유수한 출판사에서 교과서를 제작하는 것은 어떨까. 역사 교과서 편찬을 일반 사학계에 맡기지 말고 교계의 학자들이 참여하면 개선되지 않을까. 역편향은 피해야 하겠으나 공정한 역사 서술을 위해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문제의 지적과 함께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때이다.

변창배 목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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