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부르는 목사

출석 부르는 목사

[ 목양칼럼 ]

김동환 목사
2018년 07월 06일(금) 10:00
목회를 하면서 생긴 습관이 하나있다. 나는 외부에서 강의를 하든지 설교를 하든지 먼저 출석을 부른다. 강의하기도 바쁘고 설교하기도 바쁜데 무슨 출석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필자가 해본 결과는 반응이 너무 좋다.

필자는 한남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처음 출석을 부르게 됐다. 교양필수 과목이었기 때문에 수강생 대부분이 1학년이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인상깊은 첫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워 첫 시간에 출석을 불렀다. 첫 강의였기에 나도, 학생들도 초면이었다. 그런데 교수가 자신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그들에게는 충격이었나보다. 때론 뒷쪽에 앉은 학생의 이름을 불러 앞에 앉도록 했는데, 그 작은 관심과 노력이 학기 동안에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갖게 했다.

그 후에 필자는 몽골선교사가 돼 선교지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단기선교 오는 학생이나 성도들의 이름을 미리 외워 첫 모임에서 출석을 불렀다. 역시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초면인 선교사가 자신들의 이름을 알고있다는 것이 그들에겐 큰 기쁨이었다. 한번은 정동감리교회 교인 70여 명이 필자의 사역지를 방문해 의료선교와 지역봉사를 했다. 그들과의 첫 만남에서 역시 암기출석을 불렀는데, 한 명의 이름을 빼놓고 불렀다. 그 분은 권사님이셨는데, 후에 나에게 자신의 이름만 빠진 것이 너무나 서운했다고 말했다. 때론 누군가가 이름 하나만 기억하고 불러줘도 우리는 감격하고 행복해 한다.

지난해 여름 남선교회전국연합회 전국대회의 폐회예배 설교를 하게 됐다. 3500여명의 회원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때에도 필자는 출석을 불렀는데, 69개 노회별 남선교회연합회 회장들의 이름을 암기해 호명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에서 아는 장로님들을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하며 웃게 된다.

타교회 헌신예배 설교 때도 출석을 부른다. 당회원들의 이름을 외워갈 때도 있고, 남녀선교회 임원들의 이름을 외워갈 때도 있다. 어떤 교회는 2, 3번을 갈 때도 있는데, 항상 다른 직분자들의 이름을 외워 출석을 부른다. 출석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성도들과 교감을 갖고,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말씀을 전하게 된다.

이름을 외우는 것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외울 때까지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복하다보면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된다. 출석을 부르고, 설교를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외웠던 이름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작은 노력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을 매번 느낀다. 필자는 머리가 좋은 목사가 아니다. 더욱이 지금은 기억력이 소멸돼 가는 상태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첫 만남에서 이름을 부르는 것은 나에게 큰 행복이다.



김동환 목사

진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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