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화해를 통해서 평화로

치유와 화해를 통해서 평화로

[ 주필칼럼 ]

최은숙 기자
2018년 05월 02일(수) 16:21
남과 북의 정상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의 평화의집에서 회담을 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는 최초로 남한 땅을 밟은 것이다. 두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면서 악수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수행원도 없이 단둘이 대화를 나누었다. TV 생중계 화면에도 새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2018 남북정상회담의 슬로건, '평화, 새로운 시작'을 실감나게 보여준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양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전쟁을 넘어서 평화의 시대가 열린다고 선언했다.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확인했다. 판문점선언이 완전하게 실현되면 한반도에 분단과 대결이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판문점선언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는 전쟁을 넘어서 평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공감한다. 한민족은 기독교 선교가 시작된 직후부터 여러 차례 국제전에 휘말렸다. 1894년에는 청일전쟁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일어났다. 1904년에 러일전쟁이 한반도 주변 해역을 주 전장으로 하여 일어났다. 러시아와 일본이 한반도의 주도권을 다툰 전쟁이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강압에 의해서 대한제국은 을사조약을 맺었다. 을사늑약이 맺어지자 을미의병의 뒤를 이어서 을사의병, 정미의병이 일어났다. 의병전쟁은 일제에 대한 민족적인 저항이었다. 그 뒤로도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6.25전쟁 등이 이어졌다. 1894년부터 1953년까지 60여 년 동안 일곱 차례의 국제전쟁에 휘말려서 고통을 당했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판문점선언으로 평화시대를 연다면 한민족은 오랜 전쟁의 고통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둘째는 남북 평화시대에 남과 북의 공존공영을 위해서 우리가 견지할 가치가 무엇일까. 그 답을 내년에 100주년을 맞는 삼일운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삼일운동은 자주독립, 자유민주, 인권옹호, 평화애호, 홍익인간을 추구한 운동이었다. 삼일운동은 외세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서 스스로 민족의 생존권을 지키려 했다. 왕정을 복구하는 대신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인권과 평화를 추구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족을 넘어서 널리 세계의 평화를 지향했다. 이러한 삼일정신은 815해방 이후의 근대화와 민주화에도 정신적인 지향을 제공했다. 남북 평화시대도 민족이 고난을 통해서 얻은 가치가 토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기독교인으로 우리는 복음의 명령에 순종해야 할 것이다. 평화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원수를 사랑(마 5:43~44)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대북인도적 지원에 힘써왔다. 북한에 예배당을 건축하거나 신학교 건물을 짓는 일에도 열심을 냈다. 북한에 국수공장을 짓거나 빵을 공급하는데도 힘을 모았다. 해외동포들도 고아원을 짓고 조산소를 운영하거나, 양계장을 짓는 등 힘이 닿는대로 노력해 왔다.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말씀에 순종한 것이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화해는 증오를 넘어서서 회개와 용서가 이루어져야 이를 수 있다.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를 스스로 지키며 상대를 향해서 화해의 손을 내밀 때 평화시대가 우리 삶 속에 임할 것이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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