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생태계를 생각하자"

"교회 생태계를 생각하자"

[ 기고 ]

홍정근 목사
2018년 04월 10일(화) 17:19

"교회 생태계를 복원해야합니다."

최근 몇 년간 이런저런 모양으로 총회 정책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같은 구호를 외쳤다. 여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 우리 교단(한국교회)은 극복해야 할 3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양극화, 고령화 그리고 획일화이다.

먼저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50명 이하의 작은 교회가 점점 늘어나는 반면 1000명, 2000명 규모의 대형교회들 역시 늘어나면서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의 끝은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을 거치면서 그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이제 공생과 공존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 도시교회와 지방교회, 기성교회와 신생교회들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고령화는 이미 경고수준을 넘어 선 느낌이다. 특히 저출산의 영향과 전도의 어려움으로 다음세대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초고령화 현상이 뚜렷하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지나가기라도 한 것 같은 다음세대의 급격한 감소는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고령화는 세대 간의 균형을 무너뜨려서 교인의 세대별 구성비가 역삼각형에서 삼각형으로, 삼각형에서 깔데기형으로, 깔데기형에서 티(T)자 형으로 가도록 만든다. 그리고 결국 다음세대가 사라지게 된다.

획일화 역시 우리가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교회의 규모나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교회는 거의 비슷한 예배형태, 교회목표, 조직구조, 사역내용, 건물구조를 갖고 있다. 획일화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금은 다양성의 시대요, 사회에는 다양한 욕구가 분출하고 다양한 문화가 생성되고 다양한 사고가 범람한다. 그리고 융복합을 통하여 새로움을 창출한다. 획일적인 기준이나 잣대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다양한 사고나 문화를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교회가 필요하다. 획일적이고 경직된 교회형태로는 다양성이 폭발하는 시대를 복음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다 다양한 목회비전, 다양한 교회형태, 다양한 예배 형태, 다양한 목회패러다임이 시도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양극화, 고령화 그리고 획일화 되어버린 한국교회의 모습은 생태계가 무너진 숲과 같다. 종의 다양성이 무너진 숲은 오래가지 못한다. 샛강이 마르고 나면 그 다음은 큰 강이 마른다. 작은 나무가 죽고 나면 그 다음은 큰 나무도 살 수 없다.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와 비전을 가진 교회가 일어나서 다양한 교회가 숲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교회 생태계를 살리는 일은 더는 미룰 수도 미루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교회생태계를 살리는 것은 특정개인이나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단과 교계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뜻있는 교회와 지도자들이 연대를 해야 한다. 교회와 신학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목사와 평신도가 뜻을 모아야 한다.

가칭 '한국교회생태재단'이라도 만들어 생태계를 복원하고, 다양한 목회들이 시도되고, 특화된 교회들이 일어나도록 도전하고, 개발하고,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에게 그리 많이 남지 않는 시간에 21세기의 부흥을 꿈꾸며, 교회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에 관심을 모으고 기도하며 힘을 써야 할 때이다. 이 땅에 죽어가는 교회 생태계가 살아나고, 떠났던 다음세대들이 돌아오고, 세상을 향한 영적 도전이 다시 불꽃처럼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홍정근 목사  강남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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