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육아

공동 육아

[ 논단 ]

홍원숙 원장
2018년 03월 21일(수) 15:14

'육아 전쟁', '독박 육아(타인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며 아이를 키우는 일)'같은 표현은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를 말해준다. 많은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우울증까지 겪는다고 한다.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였지만, 제일 불행한 순간도 아이들을 볼 때였다"는 어느 여성의 고백이 생각난다. 육아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과거엔 대가족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이 육아에 동참했을 뿐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육아를 아내에게만 맡기지 않고, 가능한 분담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직장의 구조적 문제나 편견으로 인해 남성이 적극적으로 육아를 분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육아 문제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저출산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풀어야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하늘정원'은 장신대 여신학생들을 돕기 위한 보육시설이다. 그런데 이곳은 일반 어린이집처럼 교사가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구조가 아니라, 근로 학생들이 파트타임 교사로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그러나 늘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시설을 이용하는 여학생들이 틈틈이 아이들을 돌보는 공동 육아를 하게 됐다. 아이를 맡겼다가 저녁에 데려가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시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서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는 공동육아를 통해 얻는 이점이 정말 많다.

우선 아이가 엄마와 친밀감을 형성해야 할 시기에 엄마가 수업이 없는 시간에 아이를 대면하고 함께하므로 아이의 정서적 불안감이 최소화 된다. 또한 내 아이와 놀아주면서 동시에 다른 아이들도 함께 돌봐줄 수 있어 육아의 짐을 조금이나마 나눠질 수 있다. 이외에도 서로 육아 정보를 교환하고 고민과 아픔을 공유하는 육아동지가 되는데, 아이들끼리도 친구가 돼 퇴원 후에도 만남을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엔 교사가 부족해 시작한 공동 육아가 이젠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가는 소중한 나눔과 소통의 장이자 또 하나의 교육과정이 됐다. 마침 요즘 젊은 엄마들 사이에선 공동 육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의 비행, 부실한 급식 등 어린이집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끼리 그룹을 이뤄 공동 육아하는 그룹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엄마들의 재능을 살려 음악, 미술, 놀이, 책읽기 등의 활동까지 병행할 수 있어 아이와 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지자체들이 공동육아나눔터라는 것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전국적으로 그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작은 그룹이 공동 육아를 원할 때, 가장 큰 문제가 아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점이라고 하는데, 공동육아나눔터는 그런 공간을 지자체가 제공해주고, 부모들이 직접 육아와 교육에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되기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필자는 이런 공동 육아가 우리 시대의 육아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교회들이 이런 공동육아에 관심을 갖고, 공간과 최소한의 인적자원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교회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이 시대에 교회가 지역과 동반자의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 되지 않을까? 따뜻한 봄이 됐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키즈카페나 문화센터로 갈 수밖에 없는 독박 육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교회가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면, 신앙의 접촉점을 찾는 일도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신 예수님이 기뻐하시지 않을까? 

홍원숙 원장
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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