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계획, 목회계획 함께 세워야"

"영농계획, 목회계획 함께 세워야"

[ 기획 ] 교회, 마을로 가다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8년 03월 13일(화) 09:27

 작은 농촌 교회의 마을목회 사례
 

귀농ㆍ귀촌 바람에도 불구하고 농촌은 고령화 및 저출산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폐교 위기에 직면했고, 젊은 부모 세대는 자녀들의 교육 및 문화 접근성을 이유로 탈 농촌화에 열을 올린다.

새로운 선교패러다임이 형성되지 않으면 농촌 교회의 위기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 가운데서도 마을 전체를 교회 울타리로 삼는 농촌 교회, 충남노회 정산푸른볕교회(고광진 목사 시무)의 사역이 작지만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마을과 함께하는 '영농 프로젝트'로 세워진 농촌교회
영락교회 여전도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농촌 교회를 후원하는 사역을 전개했다. 특별히 농촌 교회의 새성전 건축과 리모델링 사역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교회 건축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자립은 쉽지 않았고 농촌 마을은 침체됐다. 영락교회는 좀 더 실제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마을과 교회를 섬길 준비된 젊은 목회자와 함께 영농기반을 통한 획기적인 '영농 목회 프로젝트'를 실현했다. 그렇게 세워진 정산푸른볕교회 고광진 목사는 '귀농학교'와 '양계학교'를 수료했고, 부임 전 5년가량 주말농장에서 손수 농작물을 재배하며 경험한 흙과 땀의 소중함을 발판삼아 새로운 마을 목회를 개척 중이다. 고광진 목사는 "정산푸른볕교회는 성도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마을에 꼭 필요한 교회가 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선배 목사님들이 소중히 여겼던 정신, 농촌 마을을 섬기기 위해서는 농사를 알고, 농부의 마음을 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는 마을 구성원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촌교회 '마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 캐치프레이즈 내걸어
정산푸른볕교회는 '마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를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그리고 △마을을 섬기는 교회 △차세대(어린이, 청소년)를 위한 교회 △다문화 가정과 함께 하는 교회를 선교 목표로 삼고 있다. 귀농한 젊은 성도들의 참여로 성도들은 미션얼 처치(Missional Church)의 일원이 돼 마을을 살리는 일에 쓰임 받고자 기도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마을이 교회 성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정했다. 오히려 교회 성장을 내려놓고, 마을 속에서의 하루하루의 삶을 중요시했다. 목회자와 성도들은 마을 안에서 어떻게 성경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고광진 목사는 농촌의 마을 목회자가 되기 위해선 △마을을 사랑하고, 농부의 삶을 소망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 △목회자 가족이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명확한 비전을 갖고, 지인들과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마을 주민으로 성실히 살고, 마을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SNS통해 시작된 '도시교회-농촌교회' 마을 섬김
고광진 목사는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마을의 행사 및 교회 사역을 기록 중이다. 자연스레 블로그 및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교회와 마을의 소식이 지인과 도시교회에 알려졌다. 그 결과 교회가 마을 섬김에 대해 요청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교회는 자발적으로 농촌교회의 마을 봉사 참여를 제안했다. 지난해에는 양산중앙교회, 새성남교회, 응암교회 등이 SNS게시물을 보고 마을 내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봉사자들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특산물을 수확했고, 마을 벽화그리기,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 등의 다양한 섬김을 실천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도시교회는 고광진 목사의 SNS 게시물을 보고 봉사 참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고 목사는 "농촌교회 선배 목사님들은 이미 SNS를 통해 마을 소식과 함께 교회의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며, "SNS, 마을 홍보와 목회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교회 재정의 10% 마을을 위해 사용, 아이들 위한 문화공간 마련
영락교회는 고광진 목사의 사례비를 차별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 마을 내 귀농 농부들이 교회에 출석하면서 정산푸른볕교회의 재정은 적은 금액이지만 나눔을 실천할 정도로 건강해졌다. 교회는 2016년 결산액 2000만원의 10%인 200만원을 마을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지난해에는 결산액 3000만원의 10%인 300만원으로 '우리 동네 크리스마스 축제'를 개최하고 간식과 선물을 준비해 성탄절의 기쁨을 지역 주민과 함께 나눴다. 교회는 향후 결산 액 10% 중 5%는 마을, 5%는 해외 마을의 양계장 건축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교회는 예배당을 주일 한 차례만 사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본당 2층 한편에 아이들을 위한 보드게임방을 꾸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젊은 학부모를 위해선 농촌 마을 카페도 구상 중이다.

#양계장 통한 자립 목회, 마을 섬김의 기반 닦아
고광진 목사는 마을 목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회 자립을 위한 자비량 목회를 중요한 요소로 지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양계장을 선택했다. 인근 목회자에게 양계 기술을 전수 받아 70평 규모의 양계장에 닭 4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하루에 약 300개의 달걀이 생산된다. 사료비를 제외하곤 도시교회 목회자 사례비 정도의 수익을 얻고 있다. 고광진 목사는 "그냥 교회 목사와 농부 또는 양계장을 운영하는 교회 목사로 마을 주민과 대화하고 만남을 갖는 것은 차이가 크다. 마을 목사는 주민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고 접촉점도 다양해 진다"며, "농촌 목회가 재정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면 마을목회의 사역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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