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방석과 겸손

꽃방석과 겸손

[ 4인4색칼럼 ]

이춘원 장로
2018년 03월 13일(화) 08:44

3월이다. 봄바람에 아지랑이가 언덕을 넘어오는 계절이다. 그러나 아직도 응달에는 겨울의 잔재가 남아있다. 몇 번의 꽃샘바람을 견뎌내야만 우리는 진정한 봄을 만날 것이다. 봄이 가깝고도 멀게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저기에 땅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냉이, 민들레, 달맞이꽃, 망초 등이 푸른빛을 띠워 봄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로제트 식물(rosette plant)'이다. 뿌리에서 나와 방사상(放射狀)으로 지면에 붙어있는 잎의 모양이 마치 장미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꺼내놓던 방석처럼 생겼다고 해서 '꽃방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해살이 풀들은 한해가 지나면 죽고 이듬 해 다시 씨앗이 발아해 또 다른 생명이 한해를 산다. 그러나 두해살이 풀이나 여러해살이 풀은 뿌리로서 땅속에서 겨울을 지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땅위에 푸른 잎을 가지고 겨울을 견뎌내는 풀들도 있다. 장미꽃보다 더 귀하고 아름다운 로제트다. 혹독한 추운 겨울을 연약한 풀잎이 어떻게 견뎌내고 새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로제트 식물들의 생존을 위한 삶의 지혜가 놀랍다. 

로제트 식물은 아무리 강풍이 불어오더라도 숨지 않고 하늘을 바라본다.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양분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에 햇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낮 동안 햇빛으로부터 받은 지열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온 몸을 땅에 붙이고 추운 겨울밤을 견뎌내는 것이다.

로제트 식물의 지혜의 절정은 몸을 낮추는데 있다. 북풍한설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도로 키를 낮추고 땅 위에 납작하게 엎드려 겨울바람을 피한다. 지상부의 줄기는 다 포기하고 오직 연약한 잎만 가지고 겨울 강을 건너는 것이다. 줄기가 없으니 동물이나 사람이 밟고 지나가도 꺾일 염려가 없다. 바람이 거세고 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때 한 치라도 더 키를 낮추는 겸손함이 새봄을 맞기까지 소망의 푸른 빛을 잃지 않는 로제트의 힘이요, 지혜인 것이다.

인간이 이 땅에 사는 동안에 꼭 갖고 살아야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이라 할 것이다.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며 상대방을 존경하고 높이는 욕심 없는 마음 상태를 말한다. 예수님도 "내 마음은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죄인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존귀한 당신의 목숨까지 대속의 십자가에 내어주신 주님의 말씀이다.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지만 하나님과 동등됨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의 겸손이 부활의 영원한 생명을 주셨다. 

"여호와께서는 자기 백성을 기뻐하시며 겸손한 자를 구원으로 아름답게 하심이로다"(시 149:4) 하나님은 험난한 세상에서 넘어지지 않고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오늘도 자연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다. 바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로제트다. 로제트의 겸손함을 배우면 우리 인생이 아름다운 꽃방석에 앉는 기쁨을 얻을 것이다. 이것이 자연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시는 지혜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다.

이춘원 장로
숲해설가ㆍ시인
한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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