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교육 '하브루타'의 힘

유대인의 교육 '하브루타'의 힘

[ 논단 ]

​고용수 목사
2018년 03월 06일(화) 14:06

유대인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대민족은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다음세대'를 향한 꿈을 잃지 않았다. 다음세대만큼은 시련의 쇠사슬에서 벗어나길 바라던 강인한 의지로 그들은 교육에 열정을 쏟아왔다. 유대인 교육의 힘은 그들만의 특별한 방식에 비결이 있는데, 거기엔 '하브루타(havruta)'라는 중심 언어가 자리하고 있다.

유대인이면 누구나 '나에게 하브루타를 다오, 아니면 죽음을(o havruta o mituta)'라는 경구에 익숙해 있다. '하브루타'는 하베르(친구, 짝, 동료)에서 파생된 단어로 '함께 배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 사람 이상 짝을 지어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열띤 토론식의 대화를 하는 유대인 특유의 소통방식이다. 하브루타식 교육은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와 사회 전반에 걸쳐 상호소통의 기본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대인 100명을 만나면 100가지 질문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그들은 질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항상 질문을 주고받는 소통 문화에 익숙해 있다.
유대의 랍비들은 '하브루타'의 기원을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하나님과의 대화(창 18:22~33)'에 두고 있다. 유대인 교육의 원천은 쉐마(신 6:4~9)의 명령에 기초한 '토라(율법서)'와 그들 특유의 교육방법인 하브루타 훈련, 그리고 지혜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탈무드'이다. 이 책들은 수천 년 동안 유대인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지켜 준 필수 교재이다. 유대인의 전통 속에서 자란 예수님도 12살 된 해 유월절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율법선생들과 하브루타식 토론를 행한 예를 볼 수 있고(눅 2:41~47), 공생애 사역 중 율법교사의 '영생'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응답하신 대화 속에 하브루타식 가르침에 익숙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눅 10:25~37). 

역사적으로 유대인의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이뤄졌다. 임신 중 산모는 수시로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태아와 인격적인 대화(胎談)를 힘써왔고, 출산 후에는 자녀들이 잠들기 전 탈무드의 이야기와 찬송시를 읽어주면서 축복하는 침대머리 교육을 어머니가 지금까지 실천해 오고 있다. 그리고 매주 안식일 저녁식탁에서는 아버지가 자녀들과 가족 하브루타를 하면서 인성교육과 경건훈련을 지속해오고 있다. 학교교육 또한 마찬가지이다. 초ㆍ중ㆍ고ㆍ대학교 강의실은 대부분 질문과 토론의 하브루타식 협력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실에는 강의중 학생들로부터 거침없는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도서관 분위기도 조용히 홀로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옆이나, 맞은편에 앉은 학생과 짝을 이루어 함께 열띤 질문과 토론이 이어지는 시끄러운 학습공간으로 유명하다. 직장에서도 하브루타식 방법을 최대한 활용한다.
유대인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처음으로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침대머리교육에서였다.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 파올리나는 잠자기 전 창세기의 창조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했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시조인 아브라함을 밖으로 불러내시어 "하늘의 별을 보아라. 저 별들을 셀 수 있겠니(창 15:5)?"라는 질문에 그는 유난히 흥미를 갖고, 어머니에게 "별들은 몇 개나 될까요?", "저 별들은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매달려 있지요?"하며 질문을 했다. 어머니는 매일 다양한 질문 쪽지를 만들어 생각의 근육을 키워 주었다.

유대인의 교육방식이 다음세대를 위한 가정의 부모역할과 교회와 신학교의 교육 방식 개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모에게 그리고 교회학교와 교회 내 소그룹 단위의 학습공동체(제자훈련, 구역모임, 성경공부 등) 지도자에게 하브루타식 소통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가정용, 교회학교용, 목회자용 교육지침서와 교본이 완성되고, 교회와 신학교에서는 체계있고 지속적인 리더 훈련을 실시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

고용수 목사
전 장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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