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소리

풍금소리

[ 4인4색칼럼 ]

정인철 장로
2018년 03월 06일(화) 13:53

40여 년 동안 피아노 조율을 했지만 지금도 피아노를 만지면 문득 어린 시절 예배당에서 처음 만난 풍금이 떠오른다. 

어릴 때부터 나는 소리를 참 좋아했다. 바람소리, 새소리, 파도소리, 교회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그리고 풍금소리. 그 중에서도 유난히 교회 종소리가 좋았다.

어릴 적 큰 누나의 손을 잡고 처음 교회에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교회 가는 것이 정말 좋았다. 조그만 섬마을에서 태어나 아무런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필자는 교회가 유일한 놀이터였고 가장 재미있는 장소였다.

교회에서 선생님들이 들려준 성경말씀, 찬양, 율동, 동화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예배당 한편에 자리 잡은 작은 풍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풍금을 치던 선생님은 멋진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어린 아이들에게 글과 음악을 가르치고 어른들에게 의식을 일깨워주는 농촌운동을 하신 분이었다. 

선생님은 풍금에 유난히 관심이 많던 나와 친구들을 모아 풍금 치는 법을 알려 주셨고, 그때부터 시간만 나면 교회로 달려가 풍금을 치곤했다. 

그 작은 풍금은 나의 모든 것을 사로잡았다. 발로 페달을 밟으며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풍금이 신기하고 좋았다. 여러 친구들 중에서도 유난히 연습벌레였던 필자를, 선생님은 특별지도까지 해주셨다. 야단을 맞을 때도 있었고 칭찬을 들을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선생님은 나에게 교회 반주를 맡기셨고, 그러면서 더욱 풍금에 애착을 갖게 됐다.

풍금을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고, 또 풍금이 고장이라도 나면 선생님을 따라 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악기점까지 수리를 가곤했다. 고장 난 풍금에서 다시 소리가 나는 것을 보면서 '나중에 꼭 악기수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월이 흐르고 그 악기점을 찾아가서 피아노 조율을 배우게 되면서 지금까지 피아노 조율사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때는 풍금 하나로 인생의 방향이 정해질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단지 풍금소리가 좋고 신기해서 시작한 일이, 필자의 모든 것이 돼 버렸다.

예배드릴 때 사용되는 악기들을 수리할 때마다, 하나님을 만나고 오직 하나님만 향해 달려왔던 내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되새기곤 한다. '어린 시절 들었던 그 작은 풍금소리가 나도 몰랐던 내 길을 예비하신 하나님의 부르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지금도 겸손하게 내 삶의 여정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정인철 장로
순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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