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신학생의 졸업

女신학생의 졸업

[ 논단 ]

홍원숙 원장
2018년 03월 06일(화) 12:03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졸업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나님이 저와 아이를 위해 이곳을 예비해 놓으시고, 지금까지 돌봐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 들은 고백의 인사였다. 졸업생들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정말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필자는 이들이 아이와 함께 먼 거리에서 새벽부터 전철을 갈아타며 힘겹게 통학한 것을 알기에 대견하고 장하게 여긴다. 그러나 졸업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알기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믿고, 눈물을 삼켜가며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졸업 후 맞닥뜨리는 사역의 현장은 더욱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교인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현실에서 신학교 졸업생들은 요즘 사역의 장을 찾기가 어렵다.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의 사정은 훨씬 더 열악하다. 기관사역이나 전임자리를 얻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영유아부나 주일학교 교육전도사 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여성들은 목사 안수를 받은 후에도 전임 사역자가 못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부 사역자의 경우 여성이 독립적으로 사역하기는 더 어려운데, 남편이 찾은 사역지에서 배우자의 보조적 역할이나 무임 헌신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편이 담임목사 청빙을 받더라도 여성 사역자에겐 의무적으로 목사 부인의 역할이 주어지거나, 심지어 부부 목사라는 이유로 청빙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직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부부 신학생들의 경우 부인이 안수를 받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여성은 "나도 안수를 받겠다"고 말했다가 남편의 지인들로부터 "남편의 앞길을 막으려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여성안수를 시행한지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 사역자들의 위치, 역할, 교인들의 인식과 처우는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지난 몇 년 간 개신교 교인수가 크게 감소했는데, 이중 남성보다 여성 교인이 3배 정도 많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과거엔 교인 중 70~80%가 여성이었으나 이제는 60%가 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점점 더 커지는 사회와 교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차, 그리고 이로 인한 차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 위주의 교회 제도와 문화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성안수가 시행되면서 여성들에게도 목회자, 장로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그 수는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다음세대를 기약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 여성 지도력을 개발하고, 더 많은 여성들에게 지도적 역할과 자리를 열어주려는 제도와 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 사역자들의 역할과 위치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필자는 먼저는 여성 사역자에 대한 남성 사역자들의 동역자 의식을 요청하고 싶다. 남자나 여자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역자로서, 어떤 역할, 어떤 위치에 있든지 동일한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서로 인정하고 협력하고 도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여성 사역자에게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은사와 소명에 따라 그 역할과 기회가 동일하게 주어져야 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리가 제한돼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여성사역자에 대한 교인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역사 속에서 오랫 동안 남성 중심의 교회 문화에 익숙해진 교인들은 여성 사역자가 강단에 서는 것이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바꾸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신학적, 교단적, 교회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해에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각계 각층의 다양한 목소리와 방법으로 "이제 한국교회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개혁자들의 심정으로 끊임없는 변화를 이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제 그 개혁의 내용 중에 교회 내의 성차별 문화도 하나의 부분으로 심도있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세대 교회의 청년들이나 여성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홍원숙 원장
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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