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 속의 개구리

주전자 속의 개구리

[ 논단 ]

고용수 목사
2018년 03월 06일(화) 11:50

'주전자 속의 개구리(The Frost in the Kettle)'는 미국의 교회 미래 컨설팅 전문가인 조지 바나(George Barna)가 쓴 책의 제목이다. 이 책에는 '개구리를 갑자기 뜨거운 주전자에 넣으면 개구리는 바로 주전자에서 빠져나온다. 자신의 점프력으로 얼마든지 주전자 높이를 뛰어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구리를 찬물이 들어있는 주전자에 넣은 다음 서서히 열을 가하면 개구리는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르고 기분 좋게 천천히 죽어간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쇠퇴하는 유럽교회나 미국을 비롯한 현대 교회를 '주전자 속의 개구리'에 비유하면서, 21세기 물질적으로 풍요 속에 안주하는 교회들이 영적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교회를 생각해 본다. 찬물에서 미지근한 물로, 그리고 지금은 뜨거운 물이 위험수위에 달했는데도 그것(위기)을 못 느끼고 '값싼 은혜' 속에 안주하면서 혹시 영적으로 죽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만일 그렇다면 새해는 한국교회가 종말적 긴장과 위기의식을 가지고 깨어날 때요, 회개할 때이다. 그리고 교회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본질로 돌아서서 바른 영성과 도덕성, 그리고 공동체성을 회복해야할 때이다. 그래서 다시 '거룩한' 교회로, 이전과는 '구별된' 거룩성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한국교회는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을 지니고 있다. 거기다가 선교 열정도 있고 종교적 헌신도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지닌 잠재력에 비해 아직도 사회 속에서 영향력은 고사하고 신뢰성마저 잃은채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이유는 이기적인 기복신앙과 왜곡된 영성으로 인한 개교회주의, 개교파주의 속에 자리하고 있는 파벌의식,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장애요소들이 신앙공동체의 문화를 변질시키고, 연합운동을 해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세상(사회)이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물음보다 교회의 주인이신 주 예수님이 오늘의 교회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가'에 우선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응답해야 할 때이다. 먼저 예수님이 가르치신 하나님 나라의 핵심가치를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세상의 명예와 권력을 꿈꿀 때마다 '섬기는 자'임을 일깨워 주셨다. 제자들 사이에 '누가 큰 자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때 '어린 아이'를 하나님 나라의 상징으로 소개하면서, 하나님 나라는 "이런 자의 것이다(마 18:3~4)"라고 가르치셨다. 제자들의 발 '씻기심(요 13:13~14)'을 통해 선생(지도자) 된 자의 정체성(요 13:13~15)과 삶의 방식에 대해 친히 본을 보이셨다. 
그리고 믿는 이들이 모두 '하나 되기(요 17:20~21)'를 기도하신 후 십자가를 몸소 지심으로 조건 없는 자기희생적 사랑으로 인류구원이란 '값비싼 은혜'를 베푸셨다. '섬김'은 주님의 삶이요, 주님의 말씀이며, 주님의 명령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존재 양태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웃(세상)을 섬기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이다. 세상의 통치방식은 권력의 힘을 믿지만, 교회는 십자가의 힘을 믿는다. 세상 문화는 소유와 지배의 가치를 믿지만, 교회문화는 나눔과 섬김의 가치를 믿는다. 교회가 보여줄 '아래에서 섬기는 힘'은 십자가를 통해 보여 주신 예수님의 자기희생적인 '사랑의 힘'이다. 따라서 골고다의 '십자가'는 존 하워드 요더가 지적했듯이 '하나님 나라로 가는 길에 놓인 우회도로가 아니고, 그것은 하나님 나라로 가는 길 그 자체이다'. 예수님의 수육(受肉)의 복음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통해 '복음의 수육'으로 거듭나서,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교회의 바른 길임을 명심하자.

고용수 목사
전 장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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