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법, 정착까지는 보완 절차 남아

연명의료법, 정착까지는 보완 절차 남아

[ 기획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8년 02월 19일(월) 09:35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인한 환자 삶의 질 저하와 경제적 낭비 및 진료현장에서 법적책임 혼란을 줄이고자 만들어진 연명의료법(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2월 4일부터 실행되면서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환자:규제 많고 절차 복잡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환자가 무의식 상태일 때 즉 급하게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중단될 수 있을까? 환자 가족 2인 이상이 평소 환자의 의향을 동일하게 진술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하면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그런데 위의 경우가 불가능하다면 어떨까? 연명의료법을 살펴보면 이 때는 환자가족(직계 존ㆍ비속) 전원이 합의를 해야한다. 평소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를 원치 않았다 해도 가족 중 1명이라도 연락이 닿지 않아 연명의료 중단 동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 환자는 연명의료중단을 할 수 없다.

의료진:처벌규정 강해 방어진료 야기
연명의료계획서 법안, 시행령, 시행규칙, 서식을 합하면 A4용지 40여 페이지에 달해 의사가 작성하기 매우 복잡하고 번거롭다. 의료진이 환자에 집중하는 시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만일 의료진이 연명의료법의 한 조항이라도 어길시 담당 의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7년 이하의 의사면허정지 등 강력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현장에서는 연명의료법이 오히려 방어진료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연명의료 관련 서식은 A4용지 2장 뿐이고 의사관련 윤리지침이 45장이다.
 
병원:윤리위원회 설치 부담
법조, 윤리, 종교계 인사 2명 이상을 포함해 5~20명을 위원으로 선임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는다는 것이 중소형 규모 병원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윤리위원회가 없는 병원의 경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도, 연명의료 중단을 할 수도 없다. 박상은 원장(샘병원ㆍ국가생명윤리위원장)은 "의도적인 안락사를 배제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의료인에 처벌규정도 강한 편"이라며, "뇌사 입법 과정도 당시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 덕분에 국민들이 뇌사 결정에 신뢰를 갖고 이후 간소화되는 방향으로 서서히 법이 개정되었다"고 말했다. 시행 초기인만큼 법 시행을 해보며 이후 개선점을 바꿔나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임종기 환자가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취지에서 웰다잉법으로도 불리는 연명의료법이 현장에서 잘 정착하기까지는 앞으로 여러 단계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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