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 NGO칼럼 ] '8만명의 아픔에 민감해지자'

김주선 기획실장
2018년 02월 13일(화) 14:34

리쌍이라는 가수가 2005년 발표한 '내가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가 있다. 15년도 더 된 노래이지만 그 당시 리쌍은 이 노래가 든 앨범으로 힙합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게 됐다. 그뿐 아니라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적잖이 라디오를 통해 여전히 들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노래 가운데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라는 가사가 있다. 입이 웃고는 있지만 눈까지 웃고 있을 수는 없는 우리의 삶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그 뒤로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선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이라는 가사가 이어진다. 이 역시 걷고는 있지만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 걸으면서 보고 듣는 것들이 무엇에 관한 것들인지, 더불어 지금 이 길에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인식하지 못한채 그저 발만 앞으로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삶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미리 이야기도 해주지 않고 떠났다. 그래서 배웅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떠났다고, 떠나고 나서 듣는다. 그의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미안함으로, 그의 아픔을 알고는 있었지만 내 삶의 자리가 벅차서 더 자주 더 많이 더 깊이 반응하지 못했다는 가슴 시림으로, 혹은 그의 아픔에 내가 종이 한 장 만큼의 무게라도 얹었을지 모른다는 염려와 두려움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떠난 그 어느 날부터 웃어도 웃는 게 아니고 걸어도 걷는게 아닌 우리가 있다.

하루에 37명, 일년 1만 3000명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살유가족은 5만 4000여 명정도이며, 삶에 영향을 받을만큼 측근에 위치한 지인 혹은 동료도 2만 6000여 명이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의 자살로 인해 유가족과 지인을 합쳐 8만여 명이나 되는 '우리'가 웃어도 웃는게아니고 걷는 게 걷는 게 아닌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그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먼저, 우리의 생각에 변화가 와야 할 것이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로 단정하지 말고 내 주변에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마음에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겠다. 우리의 민감성을 키우고 유관기관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생명보듬이'교육과 같은 자살예방기초교육은 우리가 그 우리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에 매우 좋은 교육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누가 이 일에 최전방에 설 수 있겠는가? 혹은 서야 하는가? '돈되는 일이 아니면 숨도 쉬지 않는다'는 '웃픈' 표현이 있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아픈, 힘든, 어려운 그리고 부족한 그 우리를 위해 제일 앞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누구겠는가? 내 주머니에 생기는 거 하나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앞에 서야만 하는 사람은 누구겠는가?

바로 예수의 십자가 보혈로 새생명을 얻은 우리 그리스도인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모인 우리 교회들이다. 자, 이제 일어나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8만명의 아픔과) 함께 가자!

김주선 기획실장
라이프호프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