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시대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시대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8년 02월 13일(화) 14:18

암호화폐 열풍이 지나갔다. 암호화폐 거래를 둘러싸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풍조까지 생겼다. 한 때는 한국의 암호화폐 가격이 국제가격보다 높아서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하더니, 다시 국제가격보다 낮아져서 역 김치 프리미엄이 되었다.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하고, 미국은 규제를 다시 완화한다고 했다. 나라마다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국내에 암호화폐 거래소도 늘고 있고 거래량도 늘었다. 코인원, 빗썸, 코빗, 코인힐스 등이 암호화폐 거래소이다. 부분적으로 거래소 밖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부가 거래소 폐지나 규제를 언급하면서 암호화폐 투기 과열 현상은 가라앉았다.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와 같이 시세조작, 자금세탁, 탈세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도 발표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한 6개 시중은행에 대해서 현장 점검도 실시했다.

암호화폐의 개념이나 명칭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가상화폐, 혹은 가상통화라는 말이 혼용된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암호화된 디지털 파일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파일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지만, 암호화폐는 거래할 때마다 암호화된 로그 파일이 추가되어 복제가 불가능하다. 파일 생성자의 주소로부터 현재 소유자의 주소까지 모든 기록을 암호화해서 파일에 저장한다. 이로 인해서 암호화폐의 소유자를 특정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처음 등장한 암호화폐가 비트코인이다. 2008년 10월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사용한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다. 비트코인의 화폐 단위는 BTC로 표시한다. 2009년 1월에 비트코인의 소스 코드가 공개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가 대거 등장했다. 이더리움, 이더리움 클래식, 리플, 라이트코인, 에이코인, 대시, 모네로, 제트캐시, 퀀텀 등이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국경을 넘어서 개인 간에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의 원조격인 비트코인이 기축통화처럼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 암호화폐를 받는 식당이나 빵집도 등장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폐업한 식당의 식권이나 주둔지를 떠난 부대의 군표에 비유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금이나 전자화폐와 달리 가치를 보장할 기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기관도 암호화폐의 안정적인 거래나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개인간에 거래하기 위해서 개인이 만든 것이다. 복제할 수 없다는 특징 때문에 거래가 가능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암호화폐 거래는 주둔지를 떠난 부대의 군표를 사고 파는 것과 같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암호화폐 거래에 집착하고 있다. 이들은 가상공간의 파일 덩어리를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사고 팔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적지만, 암호화폐 거래량이 성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실생활이나 가상공간에서 효용가치가 없는 암호화된 파일에 불과하지만, 암호화폐의 거래를 통해서 경제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파일 뭉치를 가상 공간에서 사고 파는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암호화된 파일 덩어리를 사고파는 암호화폐 거래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제제일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암호화폐의 거래는 제4차 산업혁명을 알리는 한 장의 낙엽이요, 시대 변화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이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참된 희망을 증거하는 목회가 필요한 시대이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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