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신학생의 짐 덜어주자

女신학생의 짐 덜어주자

[ 논단 ]

홍원숙 원장
2018년 01월 16일(화) 14:00

홍원숙 원장
하늘정원

광장동 장신대 서문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왼편 끝 부분에 '장로회신학대학 여학생교육관'이란 간판이 붙은 집 한 채가 있다. 이곳에 장신대 신학생들을 위한 공동육아시설 '하늘정원'이 있다.

하늘정원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어린 자녀와 등하교해야 하는 학생들이 아이를 맡겼다가 수업 후 함께 하교하는 영유아 보육시설이다. 처음에는 여학생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됐으나, 아기를 돌봐야하는 남학생들의 요구로 지금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상주 교사는 필자 혼자이고, 매학기 4명의 근로 학생들이 파트타임으로 번갈아가며 아이를 돌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 연령이 3개월부터 24개월 전후이다 보니, 여간 손이 많이 필요한 게 아니다. 아기 엄마들이 수업이 없는 시간에 와서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기 때문에 시설을 소개할 때 '공동육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신대원 학생들은 기혼인 경우도 많지만, 또 재학중에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되면 전보다 두배 또는 세배의 짐이 주어진다.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으며 학업과 교회 사역을 감당해야 하고, 육아는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부모의 도움마저 받기 힘든 학생들은 그야말로 아이를 업고 수업에 들어가거나, 사역 현장까지 아이를 데려가 옆에 앉혀놓고 설교를 해야 한다. 보통 그 과정에서 휴학을 하거나 사역을 쉬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여학생들은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 상실을 경험하며, 학생과 엄마 그리고 사역자라는 다중 역할로 인한 정체성 혼란까지 겪게 된다.

요즘은 교회 내에서도 젊은 여교역자들에 대한 처우가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곳 학생들이 사역했던 몇몇 교회 목사님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사역을 그만두지 않도록 출산 휴가를 주거나 아이와 함께 사역에 임하도록 지원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교회가 임신이나 출산을 이유로 사역을 중단시키거나 스스로 그만두게 권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런 잘못된 흐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출산 문제는 이미 교회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가 점점 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교회 존립이 위태롭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당연히 교회도 저출산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마치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 기업처럼 임신한 여성들을 현장에서 배제시킨다는 것은 분명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이다. 오히려 이들을 잘 배려하고 지원해 함께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며,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저들을 일꾼으로 부르셨는데, 교회가 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노력중 하나가 하늘정원같은 보육시설 마련이다. 이 시설엔 학생이나 사역자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기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도우려는 절심한 마음이 담겨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지난해부터 장신대가 시행하고 있는 '여교역자 사역 잇기 프로젝트'처럼 여교역자가 출산으로 휴가를 사용할 때 신학교가 그 대체인력을 파견해주는 제도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학생은 마음 편히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교회는 공백 없이 사역을 이어갈 수 있으며, 학교는 대체 사역자를 파견하므로 교회와 학생을 도울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교회들의 관심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신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돼, 학업, 육아, 사역 모두를 기쁘게 감당하는 신학생들이 증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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