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수 없는 이웃이 있다

행복할 수 없는 이웃이 있다

[ NGO칼럼 ]

장진원 사무총장
2018년 01월 16일(화) 13:58

우리는 매년 특별한 수련회를 진행한다. 바로 자살자 유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수련회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을 자살로 잃은 마음의 고통 속에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 쉼을 통해서 회복해 나아가는 자리이다.

몇 해 전 호숫가가 있는 장소에서 수련회를 진행하였다. 한 유가족 청년이 계획에 없었던 고속보트를 타자고 제안을 하였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기쁜 마음으로 서로가 함께 보트를 즐겁게 탔다. 그런데 보트를 즐겁게 타고 내리는 순간, 그 청년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 때 그 유가족 청년은 "목사님!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행복한 것이 죄책감이 너무 들어서 힘듭니다!" 자살로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살아남은 그들에게 행복이 오히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죄책감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행복할 수 없는 이웃들이 참 많이 있다. 특히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의 남은 유가족들은 대부분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불행하게 지내고 있다. 즉 자신은 결코 행복해선 안 된다는 마음이 자리를 잡는 것이다.

14년째 OECD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사회는 다른 말로 하면, OECD 자살유가족 1위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 명의 자살은 가족과 지인 등 적어도, 4~6명의 자살유가족이 발생한다. 1년에 약 1만 400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약 6~8만여 명의 유가족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자살의시도자 및 위기군의 유가족을 추산하면 약 60만 여명의 자살과 관련된 유가족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심각한 자살고위험군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우리는 생존자(surviv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1998년 IMF 이후 급격한 자살증가율이 지속된 원인가운데 유가족에 대한 치료나 관심이 부족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다양한 유가족관련 사역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이들에 대한 종교적 관심과 사회적 배려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교리적인 정죄뿐만 아니라, 가까운 지인에게서 조차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종교와 가족을 떠나거나, 세상과의 담을 쌓고 숨기도 한다.

그 결과, 마음의 우울, 정신건강의 문제, 생활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결국 또 다시 자살을 생각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행복하게 살아야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우리의 주위에 여전히 숨어있는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땅에 가장 낮은 곳에서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예수님을 태어나셨고 사역하셨다. 그들과 친구가 되어주시고 치유하시며 회복하셨다. 지금 현대사회, 우리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가장 힘들고 어두운 자리의 한 곳이 바로 그들의 자리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그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섬기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행복할 수 없는 이웃을 진짜 행복으로 초대하는 것 말이다.

장진원 사무총장
기독교자살예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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