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속내 미덥지 않지만, 상호 '승승' 하는 기회 기대

北 속내 미덥지 않지만, 상호 '승승' 하는 기회 기대

[ 기고 ]

유영식 목사
2018년 01월 10일(수) 13:40

분단국가라는 현실과 민족주의적 열망으로 인해 남북관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언제나 지대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결과만 두고 보자면, 남북관계는 이상과 현실의 양극단에서 상호 회피해야 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상호 선호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공동 회피의 딜레마'를 반복해 왔다.

예상한대로, 김정은의 2018년 신년사가 공개되자 다양한 평가와 함께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신년사는 핵무력 완성을 바탕으로 한 대미 억제력에 대한 자신감과 국내 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조, 그리고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 표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대미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원론적 수준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평가한다면, 평양지도부는 핵무력을 통해 미국의 강압적 대북정책을 억제하고 경제활성화의 출로를 대남관계에서 모색하려는 듯하다. 이에 이런 평양의 입장변화를 두고 남북관계에서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해석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3가지의 변수를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중요하다. 3가지는 변수는 북한의 국내정치적 상황과 남한내부의 여론,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강대국정치(power politics) 동향이다.

그동안 평양지도부는 대내적 권력기반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국제정치를 이용해왔었다. 이런 점에서 2018년은 북한정권수립 70주년이 되는 해로, 정권의 정당성 차원에서 평양지도부는 핵무력 건설 이외에 경제건설에 있어서도 성과를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유엔안보리 대북결의 2270 이후 가중되고 있는 경제제재와 핵고도화에 사용된 천문학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큰 손실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북한은 체제 유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기반으로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인민생활향상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당장 평창 동계올림픽을 매개로 2018년 봄 연례적으로 실시되던 한미연합훈련이 연기된다면 북한으로서도 엄청난 안보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화해국면을 이용하여 5.24조치 해제를 요구할 것이고 이후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남북 협상까지도 전망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남북협력은 남한내부의 여론에 의해 분명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협력이득의 일방적 수혜자라는 비판이 일어나거나 상호주의의 원칙에서 협력이득의 호혜적 분배를 요구하는 여론이 대세를 형성한다면 모처럼 조성된 해빙무드가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 아직도 북한에 대한 협력이 남한의 안보에 대한 위협요인으로 전용될 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불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과제는 한반도에서의 강대국정치 문제이다. 그동안 남북관계의 급진전은 항상 한반도의 강대국정치의 역동성에 불을 붙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 입장을 표명한 김정은의 신년사에 대해 한국과 미국을 멀어지게 만들려는 단순한 접근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해서도 북한 대표단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에 위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소 '약삭빠르게 보이는 듯한' 북한의 행태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속내가 미덥지 않다는 우려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의 필요성은 이미 확고해져가고 있다. 상호 승승(win-win)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회가 '한반도문제의 한반도화'로 이어지기를 전망해본다.

유영식 목사
경남대학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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