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그리스도인

익명의 그리스도인

[ NGO칼럼 ]

홍상태 사무총장
2017년 12월 26일(화) 10:10

내가 일하는 곳은 통일부 산하 법인 참된평화를만드는사람들(이하 참평사)이란 단체이다. 참평사는 평화를 이루는 선교와 연구를 한다. 선교활동으로는 중국 연변 자치주 내 조선족 단체와 협력하여 탈북여성들이 낳은 아이들을 돌보는 일, 열악한 환경에 있는 조선족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일 그리고 북한 라진-선봉지역에 살고있는 주민들에게 쌀, 국수, 오리 등을 공급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이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은 주로 조선족 여성들이다. 그 중 A라고 하는 한 조선족 여성의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많은 연변 조선족들이 오늘날 동남아 노동자들이 코리아 드림을 쫓아 한국에 오듯이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1996년경에 대규모 조선족 사기사건이 발생하였고 A도 그 피해자 중 하나였다. 많은 조선족 피해자가 생겨났고 자살을 한 사람도 많았다. A도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웠으나 가족을 생각하며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이 때 조선족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한 한국의 기독교인들 특히 현 참평사에서 일하시는 목사님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하였고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A는 이 과정에서 한국의 목사님들을 비롯한 기독교인들이 알지도 못하는 조선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애쓰는 모습에서 감동이 되었고 이후 복음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A는 환갑이 훨씬 지난 나이이지만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탈북여성들이 낳은 자녀들중 엄마가 없는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어린이집을 6년간 돌보아왔다. A가 소속한 조선족 단체는 우리 조선족 아이들이 민족의식을 지니고 중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A는 수년 전에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중국정부에서 열심히 사회활동을 한 여성에게 주는 상도 받았다. 열악한 환경의 북한 동포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공급해주고 있다.

필자가 참평사에서 일하며 A가 속한 조선족 단체와 함께 일한 지 4년 째 되던 어느 날 A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이런 공적인 활동을 하려면 공산당원이 되어야 합니다.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어서 교회에도 나갈 수 있지만 기독교인은 공산당원이 될 수 없습니다. 나는 힘들 때는 기도하고 홀로 찬양하고 성경을 읽습니다. 내가 기독교인임을 선언하고 교회에 다니면 나는 이 일을 할 수 없어요. 지금 하는 이런 일을 포기하는게 하나님께서 원하는 일일까요, 아니면 밝히지 않고 계속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실까요?"

목사인 나는 선뜻 무어라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 때 신학자 칼 라너라는 분이 말했다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이런 분에게 그리스도인은 반드시 교회에 나가야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일 예수께서 계셨다면 무어라 대답을 하셨을까? 그러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사는 이 땅은 그리스도인임을 밝히면서도 자유롭게 선한 일을 할 수 있는데 나를 비롯한 많은 그리스도인은 그 자유로움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홍상태 사무총장
참된평화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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