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게 기억되는 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특별하게 기억되는 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 NGO칼럼 ]

이도형 목사
2017년 12월 19일(화) 13:25

씨올로 유명한 함석헌 선생께서 남기신 명언가운데 "그대 그 사람을 가졌는가"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시일 것이다. "먼 길 떠나며 처자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벗, 사선의 자리에서 네가 살고 나는 죽겠다"고 등 떠밀 수 있는 벗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인생이다.

목회자로 살다 보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대하고 교제를 하게 된다. 그동안 몇 개 교회를 거쳐 오면서 특별하게 기억되는 몇몇 분들이 있다. 그분들 가운데에는 바람직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내기 위하여 삶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시는 분들도 있고, 낮은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섬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얼마전 필자 가정에는 특별한 고순옥 권사님의 부고 소식을 외부의 식사 자리에서 접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했던 권사님이시라 심란함으로 식사를 마쳤다. 육신의 장막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싶어서 자제분에게 전화하여 입관시간을 연락주기를 요청했더니 다음날 오전 11시로 정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날 원통장례식장에 시간을 맞추어 갔더니 이미 수의를 다 입힌 모습만 창문을 통하여 볼 수 있었다. 권사님은 십여 년 전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 언제나 넉넉한 미소와 속 깊은 배려로 필자와 필자의 가정을 위하여 기도해 주시며 사랑으로 품어 주셨던 어른이다.

또한 오래 전 심장 수술을 하였기에 당신은 언제 하늘나라로 갈지 모른다며 연약한 몸을 이끌고 크고 작은 교회 행사에 주방의 한 축을 말없이 담당하셨던 분이다. 힘들고, 어려운 봉사를 담당하시면서도 건강이 허락되는 날 까지 이일을 감당하시겠노라며 '씨익' 웃으시던 권사님의 모습은 희미한 기억으로 남는다.

권사님이 특별하게 기억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역지를 이동하면서 후임 사역지를 구하지 못한 채 원통을 떠나야 했었다. 아들뻘인 목사 가정이 임지 없이 초겨울에 이사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셨던 이분은 누가 볼까 싶어서 황급히 봉투 하나를 건네주시며 종종 걸음으로 가셨다. 시간이 흐른 후 봉투의 의미를 들으며 어머니의 품과 사랑같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도심지로 떠나는 목사의 가족이 양식이 없을까봐 식비에 사용하라며 건네 주셨다는 말씀에 속에서 울컥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일 년에 두 세 차례 부천에 소재한 심장 전문 병원인 세종병원으로 검진을 받으러 오실 때면 미리 전화를 주셔서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고, 터미널에서 배웅할 수 있도록 연락을 주시며 "언제나 목사님 가정과 사역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며 격려해 주신 분이다. 오랜 세월 홀로 자식들을 키우시며 한 많은 세상살이 가운데 신앙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오셨던 권사님의 수고와 사랑을 기억하며, 보여주시고 베푸신 그 사랑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흘러 보내는 통로로 쓰임 받으며 권사님의 사랑을 갚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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