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목회, 조급함을 버려야

마을목회, 조급함을 버려야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12월 11일(월) 14:36

비물질문화가 물질문화의 변동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오는 현상을 미국의 사회학자인 W.F. 오그번은 '문화지체현상'이라고 명명했다. 그의 지적처럼 일반적으로 제도 보다 의식의 변화 속도가 늦게 마련이다. 

이같은 문화지체현상은 지난 11월27~28일 열린 총회장 초청 전국노회장, 총회 상임부ㆍ위원장 정책간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총회 제102회기 출범과 동시에 총회는 온 역량을 기울여 '마을목회'라는 새로운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의 최일선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는 총회 상임부ㆍ위원장이나 노회의 리더인 노회장들조차 '마을목회'라는 개념을 여전히 생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총회의 정책과 가장 가까운 이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면 일선의 교회들은 더욱 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마을목회 운동에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교단 내부에서 마을목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을목회 운동이 시대적 과제와 합치하는 부분이 많고, 한국교회의 끝없는 침체와 대사회적 위상 약화에 대한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회 외부의 마을만들기 운동 전문가들의 충고는 금과옥조(金科玉條)와도 같다. 이들은 무엇보다 총회가 마을목회 운동을 보다 긴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간담회 때 임원들과 마을목회 사역자들이 만난 정부의 지방분권전략회의 위원들도 하나 같이 총회 임원들이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충고를 건넸다. 각 지역상황에 맡게 풀뿌리 차원에서 시작되고 기획되어야 하는 운동이 자칫 급한 마음에서 가장 높은 단위인 총회 차원에서 천편일률적인 모양으로 전개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나온 충고다. 

이들의 충고대로라면 이번 회기에서 마을목회 운동을 시작한 임원들은 그 열매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마을목회 운동이 그 건강성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이번 임원들은 씨뿌리기 단계에 만족하고, 이 씨앗들이 잘 자라날수 있도록 토양을 다져놓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마을목회 운동이 이번 회기의 운동이지만 다음 회기 혹은 '생명살리기 10년'과 같이 다년도 정책으로 변화시키는 방법도 논의해볼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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