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교회

마음에 드는 교회

[ 목양칼럼 ]

김수훈 목사
2017년 11월 28일(화) 16:11

우리는 마음으로 산다. 아무리 고대광실(高大廣室)에서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리며 잘 살아도 마음이 없으면 괴롭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살고 싶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마음에 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마음에 드는 곳에 가고 싶다. '맘에 든다. 혹은 맘에 들다'라는 말의 뜻은 흡족하다. 괜찮다. 결국은 좋다는 뜻이다.

주일 오전 예배 자리에 몇몇 낯선 얼굴들이 보일 때면 마음이 설레는 것이 목사의 마음이다. 새로운 얼굴은 곧 새 가족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한다. 예배를 마친 후 인사라도 한 마디 건네고 나면 영락없이 돌아오는 말이 "아, 예, 이사 왔는데 교회 다녀보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교회를 찾아다니는 중이란 말이다. 그럴 때 느끼는 목사의 머쓱함이란…. 그래도 아쉬움으로 돌아가는 그 분의 뒷모습을 향하여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인사한다. 교회는 풍년이요, 성도는 가물어 가는 시대다. 그러니 성도들이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듯 이 교회 저 교회를 다녀보고 맘에 드는 교회를 선택한다. 이단이나 잘못된 교회를 선택해서는 물론 안 된다. 그러기에 교회 선택이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경은 "다투는 여인과 함께 큰 집에서 사는 것보다 움막에서 사는 것이 나으니라"(잠21:9)고 말씀한다. 마음에 좋으면 다 좋은 거다. 그래서 목회를 하면서 성도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교회를 이끌고 가는 담임목사로,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우리의 마음이란 것이 상대방을 제대로 판단할 만한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우리는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가 많다. 사람의 마음은 그 때 그 때마다 다르다. 팥죽 끓듯 한다. 아침에는 좋다고 하지만 하루 중에 기분 나쁜 일을 만나고, 속이라도 상하면 그 마음이 저녁 다르다. 봄 다르고, 여름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런 내 마음의 잣대를 가지고 모든 사람, 심지어 교회에도 들이댄다.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로서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는데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물론 교회는 성도들의 공동체다. 마음 다르고 생각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데 그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맞추려고 인간적인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보지만 역부족이다.

목사는 사람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기 전에 하나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울을 물리치시고, 다윗을 그들의 왕으로 세우신 하나님은 "내가 이새의 아들 다윗을 찾아냈으니, 그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다"(새번역 행13:22)라고 했다. 사람의 마음도 좋다. 그러나 목회자로서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할 사실은 '하나님의 마음에 사람'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먼저다. 사람의 마음에 드는 교회보다 먼저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고, 어렵다.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게 보인다. 그러나 마침내 알게 된다. 그것이 진짜라는 것을 말이다. 흔들리고 변하며,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에 드는 교회이기보다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는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게 진짜다.

김장철이다. 싱싱한 배추와 좋은 재료를 가지고 열심히 김치를 담갔으니 잘 익은 시원한 김치를 맛보고 싶으면 이제 기다려야 한다. 섣부른 성공에 발목 잡혀 조급하게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에 기대지 말고 하나님의 마음을 바라보자. 나는 지금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목회를 하고 있는가? 그게 진짜다.

김수훈 목사 동빙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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