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제는 문화를 말할 때

<9> 이제는 문화를 말할 때

[ 개혁 ]

김명환 목사
2017년 11월 09일(목) 14:22

한국교회에 기독교 문화는 존재하는 것일까?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경향이 강했다. 아무래도 조선사회의 오래된 유교 전통과 그 이전부터 내려온 불교 및 샤머니즘 문화를 극복해야 기독교라는 기초가 놓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맹목적인 전통문화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서구 기독교 문화의 답습이라는 구조를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교회의 예배당 건축도,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도, 교회 안의 신앙적 용어와 신학적 사고도, 그리고 교회 구조 자체도 그러한 영향을 답습하고 있다.

아울러 오늘날의 교회는 세상의 문화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세상과 조금이라도 섞이면, 큰 사달이라도 날 것처럼 두려워했던 지난 세대의 경직된 교회 문화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교회는 서서히 변화해 왔다. 교회 본당 안에 이 시대의 문화적 유산들이 놓여 있고, 문화로 세상을 선교하자는 목소리도 크고, 어느덧 세상 문화와 교회 문화가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별로 차이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가 왜 여전히 존재하는 것일까?

오늘의 기독교는 문화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기도, 맹목적이기도 하다. '문화를 이용하자'고도 하고, '문화가 두렵다'고도 말한다.

시대가 변했다. 문화의 옷을 입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없다. 종교개혁이 종교만의 개혁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이제는 한국교회가 문화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그릇이면서 동시에 내용이기 때문이다.

복음을 문화에 담으려면 반드시 고민이 필요하다. 대화도 필요하고 성찰도 필요하며, 문화에 대한 정확한 신학적 이해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열심히 문화를 따라다니기도 했고, 때로는 멀리서 문화를 욕하기에 바빴지만, 이제는 문화에 대해 공부해야 할 때이다. 세상 문화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세상 문화를 먹고, 거기에 복음을 담아 세상 사람들을 먹일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김명환 목사 / 경주황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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