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종교개혁500주년세미나-마을목회(영남신대)

총회 종교개혁500주년세미나-마을목회(영남신대)

[ 총회 종교개혁500주년세미나 ] '규모 작아도 강하고 건강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신학적 접근 필요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10월 31일(화) 15:34
   
 

 【경산=최은숙 기자】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의 근본정신을 바로 되살려 한국교회의 개혁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대안으로 '작은 교회 신학세우기'가 제시돼 흥미롭다.

지난 10월 24일 영남신학대학교(총장:오규훈)에서 열린 대구ㆍ경북지역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 특별세미나에서 오규훈 총장은 "21세기를 맞이한 한국사회를 깊이 바라보면서 이 시대를 주도해 갈 신학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최근의 민주주의 성숙과정 및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작은 규모의 교회가 중요한 존재의미와 영향력을 갖는다. 즉 작은 교회 신학이 이 시대를 이끌어갈 신학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은 교회 신학과 마을목회'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오 총장은 '작은 교회 신학 세우기-마을 목회의 신학적 토대'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한국교회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은 바로 작은 교회"라면서 "한국교회를 어떻게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가를 추구하는 성장제일주의적 관점을 버리고 현재 한국교회의 85%에 해당하는 작은 교회들이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힘 있고 건강한 교회가 되면 된다는 관점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신학이라고 주장했다. 신학이 교회의 본질을 규정해 주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에 작은 교회를 위한 신학이 제시되지 않음으로 작은 교회들은 어쩔 수 없이 대형교회 바로 옆에 자리 잡게 되었고 그대로 모방하려는 자세를 취했다"는 오 총장은 "번영신학이 주도했던 성장시대에는 작은 교회들이 큰 교회가 될 것이고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도 강할 수 있고 양적 성장이 없어도 건강하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이제는 작은 교회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목회방법론도 달리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작은 교회를 위한 지역 신학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작은 교회 신학을 세운다는 것은 교회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고 목회방법론을 찾아야 한다는 관점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오 총장은 "교인수 150명 미만의 작은 교회들이 한국교회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그 교회들이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서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으면 된다"면서 "작은 교회 신학이란 작은 교회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하는 신학적 목회적 시도"라고 덧붙였다.

목적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시대나 주어진 상황에서 달라지듯 성장지향적 사고의 목회방법이 모든 교회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오 총장은 이러한 교회환경의 변화를 인식하면서 대형교회가 아닌 작은 교회 중심이라는 관점과 방법론이 아니라 원리가 우선이라는 관점 두 가지를 묶어 '작은 교회 신학 세우기'를 계획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오 총장을 중심으로 작은교회신학정립위원회를 조직하고 그 첫걸음으로 한국교회의 중소형교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중소형교회에 관한 연구물을 얻어냈는데 이날 이혜정 교수(영남신대 종교학 기독교문화)가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 지역 패러다임으로-지역특성에 근거한 다양한 교회를 지향하며' 제하의 발제를 통해 설문조사의 일부를 발표했다.

"작은 교회신학 정립을 위한 교회 진단조사를 기반으로 지역 특성에 기반한 다양한 교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는 이 교수는 "통계 활용의 목적은 미래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가 발표한 설문조사 통계현황을 통해 본 교계 현실은 작은 교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수의 대형교회에 교인수와 재정능력이 편중되어 있었다.

교인수 편중현상은 재정편중현상과 맞물려 있었는데 출석교인 수 항목에서 50명 미만의 출석교회가 전체 78%, 즉 80%에 가까운 교회가 50명 미만에 해당했고 교회예산규모도 60%에 가까운 교회가 3000만 원 미만 수준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교회재정 여건상 목회자 사례비가 온전히 지급되지 않는 교회가 80%에 가까웠으며, 목회자 월 소득 항목에서는 전체 25%가 100만 원 미만, 32%가 150만 원 미만에 해당했다. 또 목회자 83.1%가 법정 최저생계비수준에 훨씬 못미치는 월 소득을 받고 있었다. 교회위치는 도시와 농어촌지역이 각각 절반 수준이었지만 농어촌지역 교회는 대다수 교인수가 50명을 넘기 힘든 구조적 환경이 많아 농어촌교회의 교인수 재정상태가 도시지역보다 더욱 열악함을 알 수 있었다.

"교회현장은 시대의 현장"이라는 이 교수는 "세상을 이끌어가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분석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그렇다면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인식이 좀 더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통계에 의하면 목회자들은 소명의식과 목회자로서의 높은 자의식을 가진 반면 현실인식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정보 수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교회의 건강한 체질변화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작은 교회가 관건"이라는 이 교수는 "작은교회가 교회본질을 회복하는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그 지역에 꼭 필요한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작은 신학 세우기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작은 교회 신학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시대 정신 혹은 일부 집단의 특수성을 대변하고 정당화하는 신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작은 교회 신학 정립을 위한 목회진단 조사 연구'(조운희 교수) '바울의 가정교회 이해'(이승호 교수) '교회의 역사를 통해 본 작은교회 운동: 교회 개혁의 대안인가 혹은 낭만인가'(이은혜 교수)의 발제가 이어졌다.

작은교회신학정립위원회(위원장:최태영)는 "우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가 그동안 교회성장 제일주의를 추구함으로써 교회의 본질이 훼손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한국교회를 살리는 제2의 교회개혁 차원에서 작은 교회 운동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은 작은 교회 신학 선언문을 낭독했다.

위원회는 "교회성장제일주의를 추구하는 교회론과 목회신학으로 인해 한국 교회는 교회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면서 "작은 교회 신학을 선언하면서 인본주의와 맘몬주의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에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는 성경적인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향후 더욱 알찬 작은 교회의 신학을 계속 정립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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