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관리와 평가의 주도권을 내려놓기

성과관리와 평가의 주도권을 내려놓기

[ NGO칼럼 ]

김창옥 사무총장
2017년 10월 31일(화) 15:29

11월은 한 해의 사업을 점검하며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내년도 사업의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바쁜 시기이다. 특별히 지구촌의 열악한 지역을 돕는 해외사업이 중심을 이루다보니 현장 사업의 성과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평가하여 내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현장 방문도 이 시기를 전후로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국내와 달리 해외사업은 열악한 시스템 특성상 성과관리와 평가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수행기관들은 사업의 특성과 지역에 맞는 자체 평가시스템을 보완하여 적용하여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제사회발전을 모색하고 세계경제문제를 대처하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서도 평가의 틀로 적절성(Relevance), 효율성(Efficiency), 효과성(Effectiveness), 영향력(Impact),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평가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관리는 사업의 진행 과정과 종료 시점에 모두 적용된다.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세네갈 사막 마을에서는 창고건물 건축 과정에서 그동안 신뢰를 쌓아왔던 현지인 시공 담당자가 공사비를 수령하여 진행하던 중 겨우 20% 공정을 소화한 시점에 공사비를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주민들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네팔 지진피해마을에 조기복구사업을 실시하여 69채의 주택을 건축하고 학교와 상수도 시설 및 진입로 공사를 성공적으로 실시하였음에도, 마을 공사에 현지 책임자의 이권이 개입되어 있다는 오해를 제기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주민들이 나뉘어 서로 대립하는 상황도 있었다.

현지인을 무작정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종종 부딪히다보면 기관에서는 믿을 수 있고 경험이 풍부한 사업단의 주도로 현장을 진행하여 마무리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우리들은 이미 지름길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간에 선진국의 모델을 답습하며 고속성장을 이룬 경험이 있기에 기다림에 약하다. 시행착오의 과정을 시간낭비로 여기고 그 과정을 뛰어넘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이끌어 가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영원토록 그들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외부인 중심의 사업을 진행할수록 주민들의 요구는 더 늘어가고 의존도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단의 부담도 늘게 되고, 주민들 역시 자립의 기회를 잃어버린다. 우리의 성과중심 사고가 현지인들의 단계별 학습 과정을 불필요하게 보이도록 만들지는 않는지 자성이 필요한 지점이다.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더디고 낭비라고 생각되지만 마을 주민들이 자신들의 전통과 관습을 벗어나 더 발전된 삶을 만들어 가기위한 진통의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해결책을 내부의 자원을 활용하여 풀어나가는 시행착오의 기회가 필요하다.

해외사업을 진행하다보면 결국 남는 것은 사람임을 깨닫는다. 우리가 진행하는 모든 사업의 중심에 사람이 빠지면 프로젝트의 성공이 의미를 잃어버린다. 따라서 성과관리와 평가의 기준이 기존의 틀에서 더 나아가, 현지인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사업 진행에 소외되지 않도록 참여기회를 확대하며 마을의 발전을 주도해 나갈 현지 사람이 세워졌는지 여부를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관리와 평가도 주민들이 고민하며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그 마을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섬김이 그들에게 선물이 되기를 바랄 뿐…".

김창옥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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