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의 눈물

백곰의 눈물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7년 10월 31일(화) 15:25

북극의 백곰은 만화를 통해서 친숙한 캐릭터가 되었다. 디즈니사의 만화영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다. 하얀 곰이 사랑에 빠진 모습을 그린 만화도 있고, 우람한 덩치와는 달리 겁 많은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천적관계인 바다표범을 짝사랑하는 백곰을 그린 만화도 있다. 만화가의 상상이 그려낸 회화적인 모습이다.

백곰은 북극의 빙상에서는 최상위 포식자이다. 다 자란 백곰은 몸무게가 300~700kg에 달한다. 1톤이 넘는 무게를 관찰한 일도 있다. 백곰의 털은 바늘과 같이 빳빳한데, 빨대처럼 내부가 비어서 온기를 품는다.

피부는 검은색이라 털을 통해서 햇볕의 에너지를 잘 받아들인다. 발에는 물갈퀴까지 달려 있어서 바다표범이나 물개를 쉽게 사냥한다. 북극에서는 당할 상대가 없는 절대 강자이다.

백곰은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받고 있다. 북극권인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덴마크, 캐나다, 그린란드, 노르웨이의 5개국에만 서식하는데, 온난화로 인해서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 북극의 빙상이 눈에 띄도록 줄어들었다.

2007년 9월에 남은 얼음은 2000년과 비교할 때 겨우 절반 남짓했다. 백곰은 2008년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기후 변화로 멸종 보호법에 포함된 최초의 동물이다. 심지어 미국의 어류야생동식물보호국은 금세기 말이면 멸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남은 개체는 2만 5천 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

얼음이 녹아서 바다를 헤엄치던 곰이 상어에게 잡혀 먹히는 일도 일어났다. 2008년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잡힌 그린란드상어 뱃속에서 북극곰의 턱뼈가 나온 일도 있고, 북극곰의 가죽을 발견하기도 했다. 먹이가 떨어진 북극곰이 러시아 트로이노이 섬의 기상관측소에 몰려와서 근무자들이 2주 동안이나 출입을 하지 못한 일도 벌어졌다. 생태계의 변화 앞에는 어떤 강자도 무기력할 뿐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지구 생태계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교회의 목회생태계 역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2016년 말 현재 총회 산하 67개 노회에 안수받은 목사 19,302명이 소속되어 있다. 이 분들 대부분이 교육부가 인가하는 4년제 대학과정을 마치고, 신학대학원의 M.Div 과정을 졸업한 분들이다.

총회의 목사고시를 통과하고 2년의 현장 경험도 마쳤다. 교육과 양육 면에서 나무랄 곳이 없는 분들이다. 그러나 교육전도사, 전임전도사, 부목사 과정을 거치고도 담임목사로 섬길 기회를 수년 째 찾는 분들이 적지 않다. 전통적인 목회자 양성 패러다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것은 개혁정신을 본받기 위함이요, 우리의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기 위한 일이다. 루터가 내걸었던 95개 조항은 대단히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면을 다루고 있다. 당시 교회의 제도와 관행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다루었다. 교회개혁은 500년 전의 사건이면서 동시에 오늘 우리에게도 절실한 과제이다.

목회자 양성만이 아니다. 다행히 총회연금제도는 상당한 정도 개선되었지만, 개혁 과제는 산적해 있다. 대형교회의 발달과 기독교계 NGO, 학교 병원 기독언론 등의 발전에 따라서 거버넌스의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교회 연합운동도 개혁의 진통을 겪고 있다. 다음세대 신앙교육을 위한 기독교교육의 개혁이나, 신학교육의 개혁도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이러한 개혁과제와 비교할 때 총회 부서나 직원직제의 개혁은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이다.

한국교회의 목회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본 교단 교회의 3분의 2 이상은 교인 100명 이하의 작은 교회이다. 이들이 당한 어려움에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 백곰이 눈물을 흘리기 전에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하듯이, 아직 여력이 있을 때 개혁해야 한다. 생태계가 흔들리면 백곰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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