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선거'

[ 4인4색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7년 10월 26일(목) 07:54

이대성 수필가
벨로체피아노 대표
진천중앙교회

전국 66개 노회의 가을 노회가 시작돼 한참 진행 중이다. 이번 가을 노회서 중요한 안건 중 하나는 노회를 이끌어갈 임원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선거는 초등학생의 전교 회장을 뽑는 선거로부터 대통령을 뽑는 선거까지 각종 무수히 많다. 각기 그 모임이나 단체 또는 나라를 대표하는 일꾼을 뽑는 중요한 일이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가 과열되면 각종 부작용과 후유증도 남기 마련이다. 따라서 과열된 선거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회에서는 선거법을 만들어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당선된 후라도 규정 위반이 있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고 신체의 자유를 억압당하기도 한다.
우리 교단에서도 총회를 이끌어갈 부총회장 선거, 총회에 참석할 대표를 뽑기 위한 총대 선거, 노회를 이끌어갈 임원선거 등 각종 선거가 있다. 선거를 앞두면 많은 후보가 출마해 본인을 지지해 달라고 선거운동을 한다. 물론 공정하게 깨끗이 선거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선거가 과열되다 보면 많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주에 필자가 속한 노회에서도 임원 선거가 있었다. 여러 후보가 자기를 지지해 달라며 '존경하는 OOO님! 이번에 노회 임원으로 출마한 OOO입니다. 노회를 섬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하며 메시지를 보내온다. 필자는 이런 문자를 받으면 갑자기 닭살이 돋으려 한다. 평소에 크게 안면도 없는데 노회 개회를 앞두면 여기저기서 '존경하는'으로 시작되는 문자 폭탄 때문이다. 그럴 때는 번뜩 여야 간에 헐뜯으며 비방하다가도 청문회장 TV카메라 앞에서는 '존경하는 OOO의원님'하며 서로를 존경한다고 극존칭을 쓰는 국회의원들이 생각난다. 

이번 노회에서도 문자가 난무하며 선거가 많이 과열됐다. 문자 내용 중에는 공개하면 안 될 이면 합의서까지 있었다. 내용인즉 '노회 유력 인사인 C가 총대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 A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내용이었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면 합의서를 공개한 B후보는 C인사가 이미 두 달 전에 자신을 지지했다며 B와 C의 서명이 담긴 이면 합의서를 공개했다. 이로 인해 이번 노회를 앞두고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많은 문자가 오가며 세상 선거와 다를바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보들은 노회를 섬기러 나왔다고 외쳤지만 섬김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전투구 하는 모습만을 드러냈다. 과거엔 교단을 대표하는 부총회장 선거에도 많은 돈을 써야 당선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교계 지도자들이 국민이 혐오하는 정치판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면서 세상의 빛이 되고 섬김의 삶을 살라고 할 수 있는가.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이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려 하심이라 하셨는데 섬기러 출마한 후보들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기독교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으면 '개독교'로 불리고, 목사가 '먹사'가 됐겠는가. 이번 노회 주제인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란 구절이 머릿속을 맴돌며 허공을 때린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