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보약

나의 보약

[ 4인4색칼럼 ]

이대성 수필가
2017년 09월 27일(수) 09:52

이대성 수필가
벨로체피아노 대표
진천중앙교회

아침마다 보약 한 잔을 마신다. 내가 마시는 보약은 아주 맛있으며 색상과 향도 좋고 예쁜 그릇에 담겨 있어 그 효과와 맛을 배가시킨다. 그러니 매일 아침 마시지 않을 수 없다. 몸에 이상 신호가 와 병이 생기면 몸을 다스리고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외상이나 뚜렷한 증상이 보이지 않는데도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전신이 불쾌하고 몸이 무거운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보약을 먹는다. 

내가 아침마다 마시는 보약은 아주 따뜻하면서 끓이거나 내릴 때나 마실 때 풍기는 그 독특한 향기는 코끝을 황홀하게 자극하고 사방으로 진한 향이 퍼져나간다. 이것은 색이 아주 검지도 않고, 그렇다고 흐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붉지도 않은 아주 적당하며 황홀한 색이다. 

맛은 어떠한가? 아주 쓰지도 않고, 그렇다고 달지도 않고, 아주 시큼한 것도 아닌 적당히 구수하면서 입안 가득히 전해지는 맛과 향이 일품이다. 또한 이것을 담은 그릇은 눈처럼 아주 하얀 색상에 손잡이가 달린 둥근 도자기로 된 반짝이는 그릇이며 예쁜 받침까지 있다. 

이것을 마실 때는 그릇의 손잡이를 잡지 않고, 두 손으로 손안 가득히 그릇을 감싸 쥐고 마신다. 따스한 온기가 손끝을 통하여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천천히 맛과 향을 음미하며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이 식을 때까지 맛있게 마신다. 마시는 동안 혀끝과 손끝을 통해 온몸에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는 간밤에 잠에서 덜 깬 움츠러들었던 온몸의 세포를 깨우며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는 생기를 불어넣어 주며, 잠시나마 나에게 달콤한 여유를 가져다준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매일 아침 코끝으로 전해지는 깊고 풍부한 향을 느끼며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이것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보듬어주며 기분을 다스려주는 최고의 보약이다. 마음의 병이 쌓이면 몸이 병을 얻게 된다고 하지만 매일 아침 마음의 기력을 보충해 주고 편안하고 따뜻하게 온몸을 다스려주며 온종일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이 커피 한 잔이 내 몸의 보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한 매미 소리가 우렁차게 울리는 무더운 여름날, 유리알 같이 맑고 깨끗한 얼음덩이를 동동 띄워 시원하게 마시는 아메리카노 냉커피 한 잔은 입안과 뱃속을 지나 온몸을 시원하게 하여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기분을 좋게 하는데 이것이 보약이 아니겠는가. 

꼭 온갖 약초를 달여서 먹어야만 좋은 보약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렇듯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최고의 보약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맛을 내는 존재인지를 가끔 생각해 본다.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여 다른 사람이 만남을 주저하는 불량식품 같은 함량 미달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타인에게 기쁨을 주기는커녕 걱정과 슬픔과 분노를 주는 욕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본다. 기왕이면 보약과 같이 온몸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