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7년 09월 26일(화) 13:54

총회가 폐회된 다음 날 총회 임원들이 직원 대표와 함께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찾았다. 그곳에서 제102회기 업무를 시작하는 시무예식을 가졌다. 전망대에서는 한강과 임진강 넘어 고한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강 건너편 북한 들녘에도 누렇게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전쟁 위기가 남의 일로 느껴질 만큼 목가적이었다. 시무예식에 참석한 이들은 총회장님의 인도로 평화를 위하여 통성으로 기도하였다. 전국 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자는 총회 결의를 앞서서 실천하였다.

시무예식을 마친 일행은 부천의 새롬교회와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잇달아 방문하였다. 장신대에서는 세계선교사회 임원을 격려하는 한편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의 기념비를 방문하였다.

순교자의 정신을 기리며 업무에 임하려는 다짐을 담아서 기도를 드렸다. 작년에 세운 손양원 목사 순교기념비는 깎여서 각진 밀알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한 알의 밀알은 땅에 떨어져 썩었으나 살아있는 순교정신은 기도하는 가운데 공감이 되었다. 길지 않은 둘레길은 정갈했다.

새롬교회는 제102회기 총회 주제인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속으로'가 지향하는 마을목회의 현장이다. 총회 임직원들이 시무 첫날에 마을목회 현장을 견학한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롬교회를 담임하는 이원돈 목사가 손수 일행을 맞아서 안내를 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속담 그대로였다. 역시 현장은 살아 있었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간사나 참여자들의 태도는 진지했다. 견학하는 이들에게도 감동이 되었다.

새롬교회는 30년 전에 가난한 부천 약대동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교회가 마을목회를 통하여 마을과 함께 발전했다. 새롬교회는 부천시나 지역 NGO와 협력하여 다양한 주민협동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약대동 주민센터에서 마을도서관을 운영하는 한편, 떡카페 달나라 토끼 협동조합, 꼽이의 청소년 심야식당, 약대동 인문학 아카데미, 새롬지역아동센터, 약대동 마을학교 등의 다양한 주민 밀착형 목회를 하고 있다. 꼽사리 영화제는 마을축제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그 동안 마을목회는 대안적 목회나 시험적인 목회로 여겨왔다. 소위 민중교회가 주민 친화적인 교회로 발전하면서 선택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제102회기 주제를 연구하면서 해인한 결과 적지 않은 교회가 마을목회를 실천하고 있었다. 마을목회를 실천한 기간도 상당했다.

신학자들의 연구도 깊이 진척되어 있었다. 농어촌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역교회가 벤치마킹할 마을목회 사례도 다양했다. 중소도시나 대도시의 교회 가운데 마을목회를 실천하는 교회가 적지 않았다. 대형교회 가운데에서도 마을목회 프로그램을 채용한 교회가 여럿 있었다. 이미 새로운 목회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마을목회는 "마을이 우리 교회이고, 마을 주민이 우리 교인이다"는 마음으로 마을을 섬기는 목회이다. 성경적인 근거도 명확했다. 마을목회는 성육신적인 목회운동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 다니시면서 목회를 하셨다(마9:35). 지역교회가 건강한 마을,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한다면 한국교회는 민족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을목회도 약점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피하려면 복음이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을 확실히 해야 한다. 마을목회의 중심은 주일예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제102회기에 마을목회를 주창해도 노회와 교회가 폭넓게 받아들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조급하지 말고 꾸준히 추진해야 장기정책과제이다.

마을목회를 통해서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썩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역사회 공동체가 복음으로 살아나는 꿈을 꾸면서.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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