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도할 뿐

그저 기도할 뿐

[ 목양칼럼 ]

이경우 목사
2017년 09월 26일(화) 13:47

흔히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넘어지는 반대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그러면 자전거는 비틀거리다가 이내 넘어지고 마는데도 중심을 잡는 방법을 모르니 그런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능숙하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오히려 넘어지려고 하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 중심을 잡고 유연한 궤도를 그리며 나아간다. 결국 자전거 타기는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서 중심을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비단 자전거타기뿐만 아니라 삶의 주체인 인간도 중심을 잘 잡아야만 제대로 설 수 있다. 인간에게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중심을 잡는다는 말은 포커스, 즉 초점을 맞추는 것(focusing)으로 인간에게 타고난 본성과 재능에 초점을 두라는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순서(ordering)를 따라야 진정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청소년들과 생활하면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이를 종종 만났다. 물론 든든한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넘어져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소외된 채 청소년회복센터에 온 아이들은 넘어져도 지지해 줄 사람도 없고, 환경도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스스로 삶의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 한다.

성실하게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아이는 두 개의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복센터에 있는 동안에는 잠자리와 먹거리가 제공되기 때문에 그렇게 악착같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그 아이가 그렇게 일하지 않으면 조부모님의 아파트 관리비, 생활비 등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당시에 그 아이는 불과 열일곱살 앳된 소년일 뿐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더라면 한창 반찬투정이나 하고 있을텐데, 어린 아이가 생계를 위해서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어떤 아이는 옷가게에서 일한 돈을 쓰지 않고 대부분 적금으로 차곡차곡 모아가고 있었다. 회복센터에서 나가면 더 열심히 일해서 일정한 자금을 모아 장사를 하리라는 꿈도 키우고 있었다. 어느 날 의논할 일이 있다는 아이의 얼굴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다름 아니라 한동안 연락이 없던 아버지로부터 사고를 치는 바람에 합의금이 필요하니 기백만원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들은 것이었다. 한참을 울먹이며 아버지를 원망하던 아이는 결국 합의금을 부쳐주었다. 아버지가 해결할 일이니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간곡히 말렸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인간의 본성과 재능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고 크게 자란다. 이 때 가정에서 적절하게 초점을 맞추어가도록 아이를 교육해야 하는데 가정환경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가 오히려 가정을 돌봐야 하는 지경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이 시기를 넘겨버리면 재능에 집중할 수 없어서 뛰어난 능력을 타고났더라도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포기해 버리기 일쑤이다. 자신의 재능에 중심을 맞추는 대신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이 학습되어 버렸고 이것이 익숙해져버린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다시 자기 삶의 초점을 잡아가는 데는 많은 힘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반드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하며, 그 역할을 가장 아름답게 해낼 수 있는 것은 역시 지역 내 교회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눈물 흘리며 기도해주실 분들이 일어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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