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改) 소리

<6>개(改) 소리

[ 개혁 ]

김영준 목사
2017년 08월 03일(목) 10:46

본디 각오 앞에는 죽음이 있었다. 주기철 목사님은 '일사각오'라 하시지 않았는가.
그런데 말이다. 부총회장 후보들께서 후보 등록을 마치고 깨끗한 선거를 '각오'하셨다. 각오 앞에 고작 '깨끗한 선거'가 관형어로 등장하는 기사를 읽고는 민망했었다.

세속 권력을 갖기 위한 선거가 아닌데 어쩌다가 깨끗한 선거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가. 깨끗한 선거를 하기로 각오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부총회장 선거가 더러웠다는 자백이요, 이번 선거도 더러워질 개연성이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선거는 잔치인데, 우리 총회는 선거를 잔치로 기대하지 못하고 우려 속에 치러내야 한다. 그래서다. "지조 높은 개는 밤새도록 어둠을 짖는다"고 쓴 윤동주를 따라 지조 높은 개 마냥, 짖어본다.

총회는 고작 깨끗한 선거를 열기 위해 각오하는데 그치지 말고, 목회자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개선을, 교세는 감소하는데 쏟아지는 목회자 후보생들의 진로를, 교회 구성원들의 다수인 여성의 총회 참여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는지 일사각오의 심정으로 접근해 주시라.

영국교회처럼 개교회의 헌금을 총회에서 관리하거나, 신대원의 입학 정원을 적극적으로 줄여 소수 정예화하고, 총대를 선출함에 여성 쿼터제를 적용하는 등의 대안을 검토해 주시라.

종교개혁 후 500년이 지났는데, 아직 밤이다. 그렇다면 지조 높은 개는 계속 짖어야할 터다. 개혁교회가 '개혁된(Reformed) 교회가 아니라 개혁하는(Reforming) 교회'라면, 개(改)소리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 또한, 개(改)소리는 나를 향한 것임을 잊지 않겠다. 구조 속에 사람이 갇히기도 하지만, 구조를 만드는 이도 사람 아닌가. 내가 속한 구조는 내가 만들었을 것이다.

스물세 살 청년 윤동주의 목소리를 마저 듣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게다."

김영준 목사/민들레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