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받는 자녀같이!

내 사랑받는 자녀같이!

[ NGO칼럼 ]

정태효 목사
2017년 07월 18일(화) 15:55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생활인 회의 시간에 '2017 말씀, 그리고 하루' 안에서 그날 말씀(구약과 신약)을 가지고 공동체성서연구 나눔을 한다. 이 시간은 종교 강요를 금지하는 정부방침에 따라 '삶의 지혜를 얻는 시간'이다. 말씀 나눔을 통해 막막하고 힘들었던 삶의 해답을 성령의 임재 아래 스스로들 찾아내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도 나와 같이 '어렵고, 곤고했구나.' 깨달아지면서 서로를 알아가며 위로 받으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이다.

지난주는 에베소서 5장 1~8절 상(1절) 중, 1절을 집중해서 3번씩 반복해 봉독했다. 그리고 잠시 묵상 후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시는 말씀이나 의문나는 말씀을 말하라"면 성숙한 그리스도인이나 전혀 신앙을 알지 못하는 분들일지라도 자신의 삶의 무게만큼 말씀을 나눈다. 지난주는 여성문제의 본질이 저절로 세팅이 됐다.

남편이 중년의 한창 나이로 '바람결에만 스쳐도 통증이 심한 희귀병'으로 산소 호흡기를 달았다, 떼었다 하며 입원해 있는 상황의 부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다가, 이젠 전세보증금까지 다 없애고 6세 여아를 데리고 입소한 엄마다. 그녀는 "입으로는 사랑이란 말이 쉬운데 사랑주기가 쉽지 않다. 딸에게 사랑해!! 연발하지만 한계가 느껴진다.

사랑하는 남편 병수발에 열과 성을 다하지만 계속 늘어가는 병원비에 보험회사도 한계가 와 한 달의 지원금 한계를 인정하라고 한다."고 했다. 남편의 병원비도 걱정인데 피아노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 레슨비도 걱정이다 "지금은 아빠가 아파서 생활이 어렵다"고도 말 못하고 가슴 저리단다. "희귀병으로 언젠가는 낫겠지"하는 막연한 희망으로 남편과 아이를 사랑하려니 "사랑은 참으로 어렵다"며 고백한다.

지난주는 '그림 심리상담'을 받고 그림의 뜻을 설명해주는 상담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자신도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걸 알게 됐다고 한다. 하루하루를 전쟁같이 살고 있었기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자기감정을 드러내고 솔직해지는 순간이다. 이어 그녀는 "내가 이런 마음이 드는 것처럼 내 딸도 사랑받고 싶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자신의 한계상황이 더 서글퍼지고, 자신이 무력해진다고 말한다.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새로 온 엄마가 용기를 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또 다른 여성의 고백이다. 남편의 폭력이 점점 교활해졌다. 그녀의 남편은 믿지 않는 사람으로 결혼 초에 '한 달에 한 번은 교회에 나오기'로 다짐을 받고 결혼했다. 약속을 가끔 지키면서 대외적으로는 인정받는 남편은 외부인에게는 정말 다정한 사람이다. 그는 때리고 잘해주고, 또 때리고 더 자상하게 집안일을 거들어 주는 남편으로 '자신이 잘해준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

전에는 목사님들께 상담하면, "참으세요. 언젠가는 옛말 하면서 남편이 신실하게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 돌아올 거예요"하며 순종하고 살기를 권유 받았다. 교회 안에서 믿음의 사람으로 변한 성공사례까지 들어가며 이 가정 저 가정 예를 들어주었기에, 반복되고 더 잔인해져가는 폭력을 당하면서도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계속 잦은 폭력을 견딜 수 없어, 남편의 잘못을 입증하기 위해 자료를 모았다. 재판을 준비하다가 알게 된 남편은 "회사에 이야기하면 해고 된다"는 둥, 온갖 감언이설을 하며 모아온 자료를 버리게 했다.

그동안 수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는 생각은 "가정을 깨는 것이 옳은 일인가?" "나는 믿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인답게 사는가?" "아들에게 유아세례를 주기 위해 교회까지 나온 남편인데 더 기다리면 변하지 않을까?" 등 온갖 상념에 혼미해져갔다. 그러나 최근 만난 목사님이 "결론을 내야 할 때가 왔네요."하시는 말씀에 힘입어, 그냥 집을 나왔다.

나는 "그러므로 사랑을 받는 자녀같이 너희는 하나님을 본받는 자가 되고"란 말씀을 살아내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하자, 두 딸을 데리고 입소한 엄마가 나직히 나에게 "고맙습니다. 목사님이 이런 쉼터를 만들어 주시지 않았으면 우리가 어떻게 자립을 준비해 갈 수 있겠어요?"한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들이 열심히 잘 살아주어서 감사해요"라며, 성령의 인도 아래 어느 사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 모두가 충만해진다.

정태효 목사
내일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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