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퓨처마크

랜드마크, 퓨처마크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7년 06월 21일(수) 10:49

서울 동쪽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섰다. 123층, 555m 높이를 자랑하는 롯데월드타워다. 현재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높기만 한 것이 아니다. 대지 면적이 축구장의 12.2배, 총건평은 무려 축구장의 115배나 된다고 한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서 500m 높이의 전망대까지 1분이면 도달한다. 건축에 소요된 시간도 상당하다. 1987년에 터를 마련한 뒤 24년 만인 2010년 비로소 최종 건축허가를 얻었다.

2016년 12월에 완공되기까지 3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도자기와 붓을 모티브로 설계를 했다는데, 서울의 랜드마크라 부르기에 충분한 빌딩이다. 

랜드마크(landmark)는 원래 탐험가나 여행자 등이 원래 장소로 돌아가기 위해서 해둔 표식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오늘날에는 어떤 곳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건물이나 상징물, 조형물 등을 랜드마크라고 부른다. 이를 테면 타지마할은 인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천안문 광장은 북경의 랜드마크 노릇을 한다. 런던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국회의사당의 빅밴일 것이고, 파리의 랜드마크는 역시 에펠탑일 것이다.

랜드마크는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게 하고, 도시의 정체성과 차별적 이미지를 창조하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기능에 주목해서 의도적으로 랜드마크를 만들어서 도시나 국가를 홍보하려는 경향도 있다. 랜드마크를 넘어서 퓨처마크(futuremark)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랜드마크가 실체가 분명한 조형물이라면, 퓨처마크는 이미지나 서비스와 같은 무형의 가치를 포괄한다. 랜드마크가 외형에 주목한다면, 퓨처마크는 형태를 넘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가치를 둔다. 장소를 바꿀 필요 없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여 주목을 받는 것이다.

일본의 어느 동물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방문자가 연간 30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동물원이었다. 이 동물원은 동물을 우리 밖으로 내놓는 아이디어로 유명해졌다.

겨울에 펭귄이 우리 밖으로 나와서 눈을 밟으며 산책하게 한 것이다. 산책하는 펭귄을 보기 위해서 연간 300만 명이 몰려들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발상의 전환이 사랑받는 동물원이 되게 한 것이다.

오카야마 현의 기시역은 떠돌이 고양이 '다마'를 역장으로 임명했다. 검은 모자를 쓰고 승객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고양이 역장'의 인기는 대단했다. '역장님 다마의 일기'라는 그림책도 발간될 정도이다. 기시역은 다마 역장이 퇴임한 뒤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낼 것이다. '이기는 습관'을 경험한 것이다.

기독교는 2015년 센서스에서 한국 최대의 종교 인구를 기록했다. 다른 종교와 비교할 때 인구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하지만, 기독교를 시대의 랜드마크라고 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문화재급의 건축물을 갖기에는 아직 연륜이 짧고, 민족의 앞길을 밝힐 가르침이 되기에는 아직 일천할 뿐이다. 손양원 목사나 한경직 목사와 같은 탁월한 인물을 배출했지만, 민족의 폭넓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퓨처마크로 기록될 크고 작은 일을 보았지만, 일시적인 공감에 불과했다.

기독교도 언젠가 시대의 종교사상으로 우뚝 서는 대학자를 배출하기를 기대한다. 율곡이나 퇴계와 같은 대학자요 행정가도 얻을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섬김으로나 봉사로 민족의 심금을 울리는 큰 인물이 나고, 세계 교회가 칭송할 위대한 선교사도 얻게 되기를 기대한다.

기독교가 민족의 심령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종교로서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 코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은 온 인류에게 유일한 진리임을 만방에 증거하는 랜드마크로 서는 날을 기대한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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